장롱 속 할머니-손자 시신 사건 용의자 검거…“범행 인정”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0일 17시 00분


서울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할머니와 손주가 비닐에 싸여 숨진 채 발견된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경찰이 추적 3일 만에 붙잡았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어머니와 아들을 살해하고 도주한 A 씨(41)를 살인 및 존속살해 혐의로 30일 오전 4시 25분경 서울의 한 모텔에서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자신의 어머니인 B 씨(70)와 아들 C 군(12)을 약 두 달 전 살해하고 시신을 비닐로 덮어 안방 속 장롱에 넣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사람의 시신은 B 씨의 며느리의 신고로 27일 발견됐다.

A 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범행을 시인했다. 경찰은 A 씨의 구체적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31일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A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된 사실을 알게 된 직후부터 휴대전화를 끄고 서울의 한 모텔로 잠적했다. 경찰은 A 씨 휴대전화의 위치추적과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 분석 등을 토대로 A 씨를 추적했다. A 씨는 검거 당시 저항 없이 순순히 경찰에 연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부인과 이혼을 하고 아들을 어머니에게 맡긴 A 씨는 교도소에서 복역하다가 지난해 12월 출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소한 뒤에 특별한 직업이 없어서 어머니 B 씨는 수년 째 혼자 힘으로 C 군을 길러 왔다. 이웃 주민들은 “할머니가 어찌나 지극정성이던지 손주 학원도 아무 곳이나 보내지 않고 일부러 멀리 떨어져 있는 대형 학원을 보내곤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B 씨와 C 군의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외상이 없고 질식 가능성이 높다는 1차 소견을 경찰에 전달했다.

이 사건은 16일 초등학교 4~6학년이 온라인 개학을 하면서 드러났다. C 군이 다니던 학교는 개학 이후 C 군이 온라인 출석을 하지 않자 동작구 공무원과 학교전담 경찰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직원들의 방문에도 인기척이 없자 인근에 거주하는 B 씨 며느리에게 연락을 취했고 이후 경찰이 강제로 문을 열고 시신을 찾았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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