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외출 자제가 기본인 생활방역, 가족 문화 개선이 출발점”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1일 05시 13분


노동절에도 절반이 출근, 부모는 근로에 바빠
자녀들은 하교 후에도 평균 3시간 공부 더 해
노동·공부에 전념했던 한국, 가족관계가 어색
백신 없는 코로나19, 집 안 익숙한 문화 필요
"그간 가족 대화 소홀…의도적으로 노력해야"

국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진정세를 보이며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생활방역으로 전환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감염의 불씨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생활 방역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선 불필요한 외출 자제가 필수라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외출을 줄이려면 가족 문화 자체가 바뀌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비말 전파가 특징인 코로나19의 특성상 생활 방역의 출발선은 ‘외출 자제’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가정내 구성원간 노력과 화합이 전제돼야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의 가정은 한 가족이지만 부모는 근로에, 자녀들은 학습에 몰두하면서 한 공간에 살면서도 각자의 삶에 치우친 일상을 영위해 왔다. 그러다 코로나19의 엄습으로 재택근무와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돼 가정이 ‘일상의 터전’이 되면서 가족 구성원간 관계 회복이 중요해졌다.

김귀옥 한성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어느 학생이 하루 종일 밥 먹을 때 빼고는 방에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보고 자기 할 일을 하지, 집에 있다고 해서 부모와 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라면서 “물리적인 거리가 가깝다고 마음의 거리가 해소되거나 밀접해지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1일로 국내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이 65째로 접어들었다. 정부는 지난 2월26일부터 전 국민의 외출을 자제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3월21일부터 종교·체육·유흥시설 등의 운영을 제한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시했다. 이후 강도가 변경돼 5월5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동참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고 있다.

유명순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최근 3차례 조사에서 모임취소나 불참이 96.3%, 96.1% 95.5%로 줄었다. 외출자제는 96.3%, 96.1%, 93.5%로 실천 효능감이 떨어졌다.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하는 생활방역이 뿌리 내리기 위해선 장시간 근로와 교육 관행이 개선과 함께 가족 구성원들간에 함께 시간을 보내려는 ‘의도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우주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에)익숙해져야 한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다”라면서도 “우리는 그동안 과도하게 바쁘고 비정상적인 삶을 살았다. 가족이 아닌 일, 술집이나 나이트클럽, PC방에 많은 소진을 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19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2.4시간이지만 정규직은 165.2시간, 중졸이하 정규직은 172.0시간, 제조업 정규직은 170.3시간을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까지만 해도 월평균 근로시간은 183.1시간에 달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직장인 및 알바생 34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절반에 달하는 49.1%가 이번 근로자의 날에도 출근을 한다고 답했다.
자녀들은 학업에 전념하느라 가족과 보낼 시간이 부족하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우리나라의 교육열도 한몫한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의 2020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학생들이 정규 수업시간 이후에도 하루 평균 3시간 이상 학습을 하고, 주당 사교육 참여시간도 6.5시간에 이른다.

이러한 현상의 결과로 우리나라의 가족간 대화 시간은 극도로 짧은 것으로 나타난다.

알바천국이 지난 2018년 3343명의 회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족과 대화 시간이 1시간 미만인 경우가 71.5%였고 20분 미만으로 대화한다는 응답은 37.8%였다.

같은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초중고 학생 조사 결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하루 평균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13분에 불과했다.

코로나19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어 언제든 재유행이 가능하다. 생활방역이 또 다른 일상으로 뿌리를 내려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집 밖보다는 집 안이 익숙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이는 가족간 화합이 바탕되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

김귀옥 교수는 “그동안 들여다보면 다들 바쁘니까 부모와 자식 간 대화, 부부간 대화라는 게 상당히 소홀했던 건 사실”이라며 “서로가 격려해주는 노력이 의도적으로 돼야 한다. 가족 간에도 달달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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