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정상 인근에서 헬기가 추락해 구조중이던 등산객 등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가운데, 현직 헬기 조종사들은 ‘양력부족 현상’에 의해 헬기가 추락했을 수 있다고 제기했다.
1일 헬기 추락 영상을 본 복수의 헬기 조종사들에 따르면 헬기추락 당시 주 날개가 수평으로 돌다가 위로 들려올라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양력 부족 현상’, 즉 윗날개와 아랫날개의 공기의 흐름의 불균형에 의해 동력이 부족해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헬기는 날개의 윗면과 아랫면의 공기 차이, 즉 양력에 의해 뜨는데, 지리산 정상에선 산악돌풍이 갑자기 불어 양력부족 현상이 일어나 추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조종사는 “헬기는 차량과 달리 양력부족 현상이 일어나면 동력을 줄여야 하는데, 고도도 낮고 밑에 구조자가 매달려 있어 동력을 떨어뜨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조종사는 “강한 산악 돌풍에 의해 바람이 위에서 아래로 세게 치면 양력 부족현상이 일어나 헬기가 추락할 수 있다”며 “영상을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높고, 조종 미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헬기 조종사 들에 따르면 추락한 S76기종은 항공기 중에서도 좋은 헬기로 손꼽힌다. 해당 기종은 LG기업 VIP가 사용한 헬기로도 알려졌다.
한 조종사 전문가는 “자세한 추락원인은 블랙박스를 조사해 보면 알 수 있다”며 “블랙박스에는 조종간 움직임, 엔진상태 등을 알 수 있어 추락원인을 정확히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추락한 소방헬기는 1일 낮 12시7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 천왕봉에서 법계사 방향으로 400~500m 지점에서 추락했다.
앞서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11시28분쯤 심정지 등산객 환자 발생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해당 헬기를 보냈다.
헬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소방대원 2명 등 모두 5명이 탑승했다.
현장에 도착한 헬기는 심정지 환자인 조모씨(65·서울)를 구조하기 위해 밧줄을 내려 호이스트로 작업을 진행했다.
호이스트 작업을 위해 약 15m 위 상공에서 제자리 비행을 하던 헬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갑자기 땅으로 불시착했다.
이 과정에서 조씨의 부인으로 추정되는 보호자 권모씨(61·여)가 헬기의 주날개에 부딪쳤다.
소방당국은 애초 심정지 상태인 조씨와 사고로 심정지된 권씨 등 2명을 다른 소방헬기를 동원, 진주경상대학병원으로 급히 옮겼으나 결국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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