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 전 자신을 강간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를 적용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던 70대 여성이 “정당방위를 인정해달라”며 재심 청구를 위해 나섰다.
4일 부산여성의전화 등 353개 단체는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건은 성폭력에 저항하다가 혀를 깨물었다고 유죄를 받은 전형적인 미투사건”이라고 주장하며 재심 절차 착수를 촉구했다.
이날 이 단체들은 “이 여성은 최근 우리사회에서 일고 있는 미투운동을 보며 지금까지도 많은 여성들이 성폭력 피해를 경험해야 하는 현실에 분노해 용기를 낸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여성의전화 등에 따르면 A씨(74)는 18세이던 지난 1964년 자신의 집 근처에서 한 남성인 B씨가 자신을 강간하려고 시도하자 저항하는 과정에서 B씨의 혀를 깨물어 상해를 입혔다.
B씨는 강간시도가 무산된 뒤 A씨의 집을 찾아와 결혼을 하자며 흉기로 위협하거나, 결혼을 하지 않으려면 돈을 달라고 협박했다고도 이 단체들과 A씨는 주장하고 있다.
당시 A씨는 이 사건으로 검찰에 의해 6개월여 동안 구속된 상태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다. 이 단체들과 A씨는 강압적인 수사에서 수차례 정당방위를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부산지법은 중상해죄 혐의가 인정된다며 A씨에게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강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B씨 또한 법원으로부터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성폭력 혐의가 아닌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만 적용됐다.
A씨는 재판 이후 가족의 냉대와 마을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견뎌내며 하루하루 고통 속에 살아왔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 단체들은 이제라도 정당방위를 외쳤던 피해자의 억울함을 풀고, 여성 방어권 인정과 56년 전 성폭력 사건의 정의로운 사건 해결을 위해 재심 개시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A씨는 지난 2018년 미투 운동이 잇따르자 자신이 겪었던 성폭력 사건에 대한 억울함을 풀기 위해 부산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실에 찾아와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았다.
부산여성의전화는 1983년부터 폭력 없는 세상과 성평등 사회를 위해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한다.
(부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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