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같은 지점서 발생… 단층 없어
일각 “간척사업-해상지진 영향”
기상청, 관측소 늘려 원인조사 착수
전남 해남 지역에서 최근 지진이 50회 넘게 발생했다. 이 지역은 42년간 지진이 나지 않은 곳이다. 기상청은 4일 이동식 관측소를 추가로 설치하고 원인 조사에 착수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3일 오후 10시 7분 전남 해남군 서북서쪽 21km 지역에서 리히터 규모 3.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역에선 지난달 26일 규모 1.8 지진을 시작으로 4일 오후 3시까지 총 57회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 2.0 이상 지진이 4회 발생했고 나머지는 미소지진(규모 2.0 미만)이다. 모든 지진의 진앙(지진이 발생한 지점에서 수직으로 지표와 만나는 지점)이 한곳에 밀집한 ‘군집형 지진’이다. 3일 발생한 지진은 1월 30일 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규모 3.2 지진 이후 올 들어 두 번째로 강한 지진이었다. 이날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도 10건 넘게 들어왔다.
지진은 보통 단층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 지역은 기상청이 계기 관측을 시작한 1978년 이래 지난달 26일 이전까지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기상청은 “같은 지역에서 짧은 기간 지진이 수십 차례 발생하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의 비슷한 사례는 2019년 백령도(4∼10월, 102회), 2013년 보령 해역(6∼9월, 98회) 등이다.
아직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일각에서 간척사업의 영향일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지진이 발생한 해남군 산이면은 간척지이자 농경지로 활용되고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간척지처럼 많은 양의 흙덩어리를 쌓으면서 지표면에 압력이 가해지면 땅의 평형 상태가 깨지면서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며 “간척사업과의 연관성을 포함해 정밀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상청은 진원의 깊이가 21km로 깊은 편이어서 지표면에서 진행되는 간척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해상 지진의 여파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3일 오후 10시 7분 해남에서 지진이 발생하기 약 10시간 전인 이날 낮 12시 24분 대만 화롄 남쪽 해상에서 규모 5.9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날 일본 규슈 서쪽 해역에서도 해남 지진 발생 시간보다 약 1시간 전인 오후 8시 54분 규모 6.0의 지진이 났다. 그러나 두 곳 모두 한반도와 1000km 이상 떨어진 지역이다. 해남 지역에 영향을 주기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해남 지진이 대규모 지진의 전조일 가능성에 대해 낮게 보고 있다. 우남철 기상청 지진전문분석관은 “해당 지역에 지금까지 대규모 단층이 존재한다는 보고가 없었던 만큼 큰 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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