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생 내란음모’ 수사 과정에서 불법 구금과 구타 등 가혹행위를 당한 고(故) 조영래 변호사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약 1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5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9부(부장판사 이민수)는 조 변호사의 부인과 자녀, 형제자매 등 7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1억114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정희정권 시절 중앙정보부(국가정보원 전신)는 1971년 서울대에 재학 중이던 이신범 전 국회의원과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당시 사법연수생이던 조 변호사 등 5명이 국가전복을 꾀했다는 내용의 ‘서울대생 내란음모’ 사건을 발표했다.
중앙정보부는 이들이 학생 시위를 일으키고 사제폭탄으로 정부기관을 폭파하려는 등 ‘내란’을 일으키려 했다며 김 전 고문을 수배하고 나머지 4명을 구속했다. 조 변호사는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6월의 형을 확정받았다. 조 변호사는 1973년 5월22일 출소했고 구금기간만 568일이었다.
지난 2018년 유족은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해 법원은 조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해 유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8억4100여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국가가 중앙정보부의 위법행위로 인해 불법 구금돼 유죄판결을 선고받은 조 변호사와 유족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 변호사가 1971년 11월2일 중앙정보부 소속 사법경찰관들에 의해 강제연행된 뒤 무려 열흘 동안 영장 없이 구금됐고 불법 구금 중 구타, 불리한 진술 강요 등 가혹행위를 당했으며 변호인의 조력이나 가족의 접견을 보장받지 못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조 변호사와 부모는 물론 형제자매들에게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며 “형제자매들 역시 가족의 장기구금과 이적행위자라는 오명 등으로 정신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추인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국가가 조 변호사에게 2억5000만원, 조 변호사의 부모에게 각 2500만원, 조 변호사의 형제자매 4명에게 각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1990년 사망한 조 변호사 몫의 위자료 채권은 부인 이옥경씨와 두 아들에게 상속됐다. 조 변호사 부모 몫의 위자료 채권은 형제자매, 이씨와 이씨의 두 아들에게 상속됐다.
다만 재판부는 위자료 총액에서 이씨와 자녀가 지난해 받은 형사보상금 1억8000여만원은 공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1965년 서울대 전체수석으로 법대에 입학해 김 전 고문 등과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사법시험 합격 후인 1970년대 초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수배 중 노동열사 전태일의 평전인 ‘어느 청년 노동자의 죽음’을 써 지식인 사회의 필독서로 만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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