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진 등교 수업의 단계적 실시가 발표된 뒤 학생과 학부모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된 등교 수업을 둘러싸고 이처럼 ‘교실 방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역 원칙만 놓고 보면 반드시 지켜야 할 내용이지만 교육현장에서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운 탓이다. 교육계 안팎에선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제공과 교실방역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때 방역당국이 제시한 지침에 따르면 교실 안에선 에어컨과 공기청정기를 사용해선 안 된다. 창문을 닫고 기기를 작동시키면 환기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서다. 학생들은 수업 중에도 마스크를 계속 착용해야하고, 노래 수업이나 관악기 수업도 삼가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지침은 현실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두 자녀의 학부모 정모 씨(48)는 “곧 무더위가 시작될 텐데 마스크를 벗거나 턱받이처럼 대충 하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일 것”이라며 “게다가 에어컨까지 켜지 않으면 아이들은 견디기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학교 측이 복장 검사처럼 ‘마스크 검사’를 하면 자칫 학생들끼리 빌려 쓰는 상황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5일 방역당국은 “원칙적으로는 환기가 중요하다”면서도 “올 여름 방학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에어컨 상황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안전한 방법을 전문가들과 확인해 알리겠다”고 설명했다.
기숙사 등 교실 외 다른 시설의 방역도 문제다. 기숙사의 경우 교육부는 1인 1실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고교 기숙사는 대부분 한 방에 2~4명이 거주한다. 타 지역 학생들이 많은 한 특성화고 관계자는 “4인 1실로 운영했는데 인원을 더 줄일 여력이 없다”며 “학내에 공간을 더 마련하기 어렵고, 외부의 시설을 임시로 이용하는 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특정 공간에 몰리는 상황을 막기 위해 교육부는 “학교장 판단에 따라 수업 2부제(오전·오후반 분산)를 하거나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도 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상급학교 진학의 필수요건인 ‘출결’이 달린 문제다보니 학교장이 마음대로 정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등하교 시간 분산에는 비용과 인력 확대도 필요하다.
교육부는 일단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생활방역)’ 전환에 따른 새로운 학교 방역 매뉴얼을 이번 주 중 학교에 배포할 예정이다. 교육현장에선 매뉴얼에 학교 공간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질적인 대안이 담겨야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사안별 세부 가이드라인을 조속히 제시하고, 방역 관리 물품과 인력을 책임지고 지원해 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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