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제민 작가 ‘작은 그림 기부전’… 11일부터 열흘간 인천서 개최
이탈리아 그림여행 책자 등 출품… 수익금 전액 ‘민들레국수집’ 전달
백령도, 굴업도, 북성포구, 괭이부리마을, 개항장문화지구 등 인천 정취를 화폭에 담고 있는 화가 고제민 씨(60)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힘들어하는 복지시설을 응원하기 위해 나눔 전시회를 마련한다. 11∼20일 인천 중구 개항박물관 바로 앞 도든아트하우스에서 ‘나눔, 작은 그림 기부전’을 연다. 작품과 도록 판매 수익금 전액을 노숙인 무료 급식소로 유명한 인천 동구 ‘민들레국수집’에 전달하기로 한 것. 그는 “어려운 시기에 작가로서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후원금 감소로 운영난을 겪는 민들레국수집 소식을 듣고 나눔 전시회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가톨릭교리신학원,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출신인 서영남 씨는 한국과 필리핀에서 노숙인을 위한 무료 급식소와 쉼터를 10군데 정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필리핀 민들레국수집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고, 다른 시설에서는 식자재 구입이 어려울 정도로 사정이 어렵다고 한다. 고 씨는 “서 씨가 흔쾌히 동의해 전시회를 열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전시회엔 고 씨가 몇 년 전 동료 작가 15명과 함께 이탈리아 10개 도시를 돌면서 그렸던 수채화 25점과 이탈리아 그림여행 책자를 출품한다. 작품들은 시칠리아, 아시시, 모디카 등 주로 인천과 유사한 이탈리아 해안 도시의 풍경이 많다.
인천 영화관광경영고 미술교사 출신인 고 씨는 인천을 소재로 한 작품 활동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교사로 지내면서 인천을 잘 살펴보지 못했는데, 2010년 북성포구 노을을 보는 순간 내가 인천 사람이라는 걸 재확인했다.”
그는 처음엔 창작 배경을 북성포구, 만석포구, 소래포구 등 도심 해안으로 설정했다가 섬 지역으로 확장해 왔다. 백령도, 대청도, 연평도 등 최북단 섬을 비롯해 굴업도, 덕적도 등을 다니며 청정지대인 무인도 분위기가 나는 장소를 집중적으로 그렸다. 고 씨는 “인천 곳곳을 다니다 보니 그릴 게 점점 많아지고, 자연스럽게 인천 공부를 더 하게 되면서 고향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그림 유형도 유화, 수채화, 펜화 등 현장 상황에 맞게 다채롭게 구상하고 있다.
그는 2013년부터 ‘인천의 섬과 항구’ ‘엄마가 된 바다’ ‘인천을 담다’ 등 인천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선보이는 기획전을 이어오고 있다. 단독 작업에서 문인, 시인, 환경운동가 등 인천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글을 받아 그림으로 표현하는 등 타 장르 예술가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에는 송도국제도시 내 인천도시역사관에서 진행된 인천지역 작가 10명의 릴레이 전시회에도 참여했다. 이때 고 씨는 백령도, 굴업도 등 섬 지역과 원도심 모습을 선보인 ‘기억과 삶을 품은 공간-인천’이란 기획전을 마련했다. 또 지난해 9월 동구 미림극장에서 영화감독, 사진작가, 소설가, 시인 등 문화예술인 5명과 함께하는 시민 대담프로그램에 참여해 골목 그림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중견 작가 및 신진 작가와 함께하는 기획전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근대 건축물이 많은 인천 중구 싸리재 ‘잇다 스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뉴트로 1920’ 전시회를 주도했다. 청년 화가 29명의 작품을 지역에 소개하면서 예술과 문화를 역동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망(네트워크)을 형성하려는 기획이었다. 올 2월엔 인천 중견작가 12명과 함께 도든아트하우스에서 ‘봄에 봄’이라는 전시회를 열었다.
고 씨는 “2년 전부터 인천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동네 역사와 스토리를 수채화, 펜화로 담고 있다”며 “이제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교류하고 젊은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활동에 좀 더 시간을 쏟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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