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생활방역]
황금연휴 다소 느슨해진 ‘거리두기’… 제주 19만 강원 30만 관광객 몰려
속초수산시장 수백m 줄서기도… 어린이날 놀이공원도 매표소 혼잡
따뜻한 날씨에 마스크 착용 안지켜… 제주 ‘사회적 거리두기’ 2주 연장
다시 일상으로 황금연휴의 마지막 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는 제주도 등에 여행을 다녀온 시민들로 하루 종일 붐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해외여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며 연휴 기간 국내 여행객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날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이 19만3000여 명인 것으로 추정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황금연휴 마지막 날이자 어린이날인 5일 오후 2시 40분경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 매표소 앞 대기선 바닥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한 노란 테이프가 2m 간격으로 붙어 있었다. 하지만 매표소 앞에만 150여 명이 몰리며 무용지물이 됐다. 한 안전요원이 “간격을 벌려 달라”며 간곡히 요청하자 잠시 거리를 벌리긴 했지만 약 3분 뒤 인파가 밀려들며 금세 다닥다닥 붙어버렸다.
지난달 30일 시작된 황금연휴 동안 전국의 관광지나 유원지 등은 나들이에 나선 이들로 6일 내내 북적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지를 위한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 종료를 하루 앞두고 상당수 시민들은 마스크 착용 등에 신경 쓰며 노력했다. 하지만 날씨가 더워진 데다 많은 인파가 몰려들며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났다. ○ 인파 몰린 관광지…거리 두기 갸웃
잠실롯데월드나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등 놀이공원은 연휴에 어린이날까지 겹치며 가족 단위 방문이 크게 늘었다. 5일 오후 3시경 롯데월드 놀이기구들 앞에는 평균 100명 넘게 줄을 섰다. 한 놀이기구 앞에서 만난 김다혜 씨(27·여)는 “조심스럽긴 한데 틈을 노려 새치기하는 이들도 없지 않아 줄 간격이 제대로 지켜지질 않았다”고 했다. 퍼레이드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 앞에도 300여 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았다.
지방 관광지도 거리 두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부터 5일까지 제주를 찾은 방문객은 19만3000여 명에 이르렀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비슷한 시기 일일 평균 4만5000명 수준까진 아니지만, 최근 1만 명대로 떨어졌던 상황과 비교하면 대폭 늘었다. 강원도 역시 연휴 기간 30만 명 이상 관광객이 찾아온 것으로 추정했다. 정선군에 있는 한 리조트는 4일 하루를 제외하고 연휴 기간 내내 100% 객실이 찼다고 한다.
유명 식당 등도 놀이공원만큼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강원 속초관광수산시장은 고객들이 몇백 m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에 있는 A식당은 “코로나19로 웬만하면 서로 거리를 두고 대각선으로 앉길 권유해 왔다. 하지만 연휴 동안 너무 손님이 많아 예전처럼 붙어 앉아 식사했다”고 전했다.
○ 제재 없는 야외에서 빈틈 많아
박물관이나 쇼핑몰, 유적지 등은 사람들이 몰린 연휴 내내 방역에 무척 신경 썼다. 대부분 발열검사를 하거나 마스크 착용을 점검했다. 강원 강릉시 오죽헌에서는 입구와 전시관 앞에 상주한 직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의 출입을 막았다. 오죽헌 관계자는 “안타깝지만 마스크가 없어 결국 발길을 돌린 관광객들도 있다”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에 있는 해양수족관 ‘아쿠아플라넷’은 시간당 400명, 일일 3000명으로 입장을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탁 트인 야외에선 별다른 제재가 없다 보니 다소 느슨해진 모습도 자주 보였다. 제주 협재해수욕장 등에서는 기온이 올라가자 마스크를 아예 벗거나 턱 아래로 내린 시민들이 꽤 많았다. 삼삼오오 몰려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한 40대 여성 관광객은 “아이나 어르신과 동행한 여행객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쓰고 있는데, 비교적 젊은층들이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현장에서 점검했더니 실외에서 관광객의 마스크 착용률은 60% 수준”이라고 밝혔다.
제주도는 정부의 ‘생활 속 거리 두기’ 방침과 달리 기존의 ‘사회적 거리 두기’를 2주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너무 많은 관광객이 다녀가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공항과 제주항,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현행 방역체계를 유지하고 공공시설 개방 시기도 늦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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