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 날씨에 숨이 턱턱 막히는 마스크…KF94 고집할 필요 없다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6일 08시 23분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명 늘어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804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3명의 신고 지역은 인천 1명, 검역 과정 2명이다. © News1
5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명 늘어 전체 누적 확진자는 1만804명이 되었다. 신규 확진자 3명의 신고 지역은 인천 1명, 검역 과정 2명이다. © News1
마스크를 쓰고 1시간이 지나면 숨이 턱턱 막히고 축축해져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 한낮 기온이 30도(℃) 안팎으로 오르는 초여름 날씨 탓에 핵심 방역수칙인 마스크 착용이 시험대에 올랐다.

일일 확진자 수가 18일째 10명 안팎에 그치고 지역사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거의 없어지다시피 한 점도 마스크 착용에 대한 경각심을 무뎌지게 만들었다.

경기도 광명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김동현(39·남)씨는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데, 1시간만 지나도 마스크가 축축해져 예전보다 착용감이 많이 떨어졌다”며 “나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일수록 마스크 착용이 더 불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앞으로 마스크 1장으로 하루를 버티기 힘들 것 같다”며 “야외에서 일하는 직종에 한해서라도 마스크 구매량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용 없으면 덴탈마스크·면마스크 인정…여름철 마스크 수급 고려

방역당국도 기온이 오르면서 시민들이 마스크 방역수칙을 정확히 지키기 어렵다고 보고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에 보건용 마스크 착용을 원칙적으로 권고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는 일반 면마스크를 착용해도 방역수칙을 어기지 않은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3차례에 걸쳐 45일간 전개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5일 밤 12시 종료되고, 6일부터 생활 속 거리두기(생활방역 체계)로 전환한 것도 마스크 정책에 유연해진 배경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5일 정례브리핑에서 “KF94 또는 N95처럼 방역 활동에 연관된 마스크는 코로나19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로 한정한다”며 “그 이외의 상황에선 다른 종류의 마스크를 써도 일단 감염예방 지침상 권고하는 범위 안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절기(여름)로 갈수록 에어컨 사용이나 (여러 형태의) 생활방역이 실천될 것”이라며 “계속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확진자 사례를 판단해 관련 지침을 개선하거나 보완, 수정하겠다”고 설명했다.

권준욱 부본부장은 브리핑에서 보건용 마스크가 없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다른 마스크 사례로 덴탈마스크(치과용 마스크)를 언급했으며, 여기에는 일반 면마스크까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방역당국이 덴탈마스크, 면마스크 사용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지난 2월 말, 3월 초처럼 마스크 수급 문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의료진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지 않을 때는 KF 80, 덴탈마스크를 쓰고 진찰하고 있다”면서 “사실상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마스크 5부제’에 따라 약국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 보건용 마스크는 일주일에 3매뿐이다. 기존 2매에서 1매가 늘었지만, 보건용 제품 만으로 일주일을 버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마스크는 코로나19 감염자 비말(침방울)이 다른 사람의 호흡기를 통해 전파하는 것을 막는 핵심 방역 수단이다. 다만 지역사회 감염 위험이 큰 폭으로 낮아졌고, 사람 접촉이 적거나 일상생활에선 면마스크만 착용해도 코로나19 에방에 도움이 된다는 게 방역당국 판단이다.

◇KF94 의료진용 제품…노인·만성질환자·병원 방문 땐 KF80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을 참아가며 출퇴근길에 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 시민들이 많다. 방역당국 지침대로라면 굳이 이런 불편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 상황과 장소에 따라 정부가 권장하는 마스크가 다르다는 점을 숙지하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마스크 사용 지침’에 따르면 일반인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기준은 KF94 이상 제품의 경우 코로나19 감염 의심환자를 돌보는 경우뿐이다.

KF80 이상 제품의 착용 기준은 의료기관을 방문하거나 기침과 재채기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많은 사람과 접촉해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에 한정했다. 대중교통 운전기사와 판매원, 역무원, 우체국 집배원 등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직업 종사자, 노인과 만성질환자를 포함한 건강취약계층, 암과 폐질환 등 기저질환자도 KF80 마스크를 착용을 권장한다.

KF는 식약처가 인정한 방진 기능으로, 먼지를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KF 뒤쪽의 숫자는 차단하는 미세먼지 입자를 뜻한다. KF 마스크는 바이러스까지 차단하는 기능이 포함돼 있다.

‘KF94’ 마스크는 0.4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미세입자를 94% 이상 막고, ‘KF80’은 0.6㎛ 미세입자를 80% 이상 차단할 수 있다. 식약처는 마스크와 얼굴 사이 틈새로 공기가 새는 비율인 ‘누설률’ 기준도 따로 정했다. 현행 기준은 ‘KF94’ 마스크 11% 이하, ‘KF80’ 마스크는 25% 이하다. 누설률이 낮은 제품일수록 입자를 더 많이 차단할 수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줄었지만 마스크는 여전히 유효한 방역수단”이라며 “특히 나이 든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 사람일수록 답답하더라도 외출할 때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가족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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