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의 빌딩숲. 출근길 방역용 마스크(KF80 이상)를 쓴 인파 속에서도 덴털마스크나 이른바 ‘연예인 마스크’로 불리는 패션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직접 만들었거나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면마스크를 쓴 사람도 있었다.
출근길 패션마스크를 착용한 회사원 김모씨(39)는 “방역마스크는 너무 답답한데다 오늘부터 생활방역으로 전환된 만큼 그동안 덧댈 때 썼던 이 마스크만 쓰고 나왔다”며 “코로나19 사태도 안정적이고 주변을 봐도 보건용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줄어 괜찮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방패’가 다양해지고 있다. 시민들이 이제는 방역마스크를 고수하지 않는다. 의료용 덴털마스크를 비롯해 인견·메시·면마스크 등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달라진 마스크족 풍경은 코로나19 장기화와 생활 속 거리두기 전환, 이른 초여름 더위 등에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주춤세에 보건용이 아닌 마스크 사용만으로도 최소한의 방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인식이 생기고 기온이 한층 오르면서 답답하고 불편한 방역용 마스크보다는 인견·메시·면·폴리우레탄 등 소재의 여름용 마스크를 대체제로 찾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조모씨(42)는 “방역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을 때부터 덴털마스크를 구매·착용해 대중교통을 이용해왔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며 “이제 방역체계도 안정적인 만큼 면마스크 정도로도 (개인방역은)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달라진 인식을 드러냈다.
직장인 황모씨(37)는 “최근 방역마스크 대신 통풍이 좀 더 잘 되는 덴털 마스크를 착용했는데도 입 주변에 피부 트러블이 났다”며 “아직 불안해 덴털 마스크라도 쓰고 있지만 상황을 보고 (피부 자극이 비교적 덜한) 면마스크 등으로 바꿀까 생각 중이다. 충분히 방역도 될 거라고 본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와 비교해 확산세가 누그러지고 날씨도 더워지는 만큼 전문가들도 마스크 기능보다 착용 자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일반 마스크도 코로나19 대표 감염경로인 비말(침망울) 차단 효과가 있기 때문에 방역용 마스크를 굳이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1회용인 방역용 마스크는 말 그대로 1회용일뿐이다. 이를 여러 번 사용하는 것과 면마스크를 쓰는 것에는 차이가 없다”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안정적이다. 이제 시민들은 면마스크 등 다른 마스크를 써도 충분한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우리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목적은 내가 감염되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남에게 감염시키는 것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기능적으로는) 방역용 마스크 효과가 좋겠지만 면마스크라도 착용하면 (예방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면마스크보다 정전기로 바이러스 차단기능이 있는 방역마스크를 써야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면마스크는 방역을 위한 마스크가 아니고 보온을 위한 마스크”라며 “활동량이 많은 사람은 습기가 마스크에 차면서 2차적 감염 위험성이 있고 세균이 붙으면 더 빨리 감염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굵은 비말같은 경우 면마스크고 차단할 수 있지만 더 작은 비말이나 바이러스의 경우 면마스크가 차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 교수는 “언뜻 보기에 마스크가 성기고 안 성기고에 따라 바이러스 침투가 다를 것 같지만 방역마스크는 정전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잡아주는 것”이라며 “구멍의 크기만 가지고 설명 안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방역 마스크를 정부가 그만 쓰라고 할 때까지 쓰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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