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혐의 조국 본격 법정다툼…민정수석 재량·특감반 권리 쟁점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0일 13시 48분


자녀 입시비리,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등 12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공판기일이 지난 8일 열리며 본격적인 법정다툼이 시작됐다.

조 전 장관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검찰이 왜곡하고 과장한 혐의에 대해서 사실과 법리에 따라 하나하나 반박하겠다. 지치지 않고 싸우겠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은 딸 조민씨의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부정수수 관련 뇌물수수 및 청탁금지법 위반, 사모펀드 의혹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기소됐다.

여기에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 당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의혹을 확인하고도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하게 한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조 전 장관이 첫 재판에서 감찰무마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향후 양측의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조 전 장관의 재판에서는 특별감찰반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의 객체가 되는지, 민정수석에게 감찰 중단과 관련해 재량권이 인정되는지가 최대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감찰무마’ 재판, 민정수석 재량권, 특감반 권리범위 쟁점될 듯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8일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 조 전 장관측 변호인과 검사는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무마 의혹을 놓고 팽팽하게 다퉜다.

조 전 장관측은 이날 “유 전 부시장의 감찰에 대해 보고를 받은 뒤 비위사실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라고 한 것이 전부”라며 “감찰도 중단하게 한 것이 아니라 종료됐다”며 감찰중단이 아닌 통상적 종료였다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 특감반은 수사하는 곳이 아니고, 강제력 없이 사실 확인 권한만 있다. 업무와 관련해서 관련 조사 및 착수에 관한 권한만 있다”며 특감반원은 수사기관이 아닌 민정수석비서관의 고유업무를 돕는 보좌기관에 불과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할 만한 권리나 권한이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인걸 전 특감반장은 감찰 당시 백원우 대통령 민정비서관과 천경득 총무인사팀 선임행정관이 유 전 부시장의 감찰 무마를 위한 구명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특히 특검반이 작성한 감찰 보고서가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된 이후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이 “유재수가 사표낸다고 하니 이 정도로 정리를 하라. 위에서 이야기가 됐다”는 말을 한 뒤 감찰이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위에서 이야기 됐다는 말의 의미는 뭐냐”고 물었고, 그는 “저는 조 전 수석이 결정한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는 감찰을 멈추고 종료하더라도 최소 금융위원회에 사건을 이첩하고 수사를 위뢰하고 비위통보를 하는 공식조치가 있었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감찰무마와 관련해서는 민정수석이 어디까지 재량권을 갖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조 전 장관의 지시가 민정수석의 재량권 범위 내에서 통상적 절차를 거친 정상적 감찰 종료였는지, 외압으로 인한 비정상적 감찰중단이었는지를 두고 공방 중이다.

조 전 장관측 변호인은 이날 “민정수석비서관은 업무 관련해 조사 및 착수, 진행, 종결에 최종의사권을 갖고 있다”며 민정수석은 감찰을 종결할 재량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검찰 출신의 변호사는 “민정수석이 감찰을 종료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럴만한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며 “조 전 장관은 재량범위 내의 정무적 판단이었다고 하고, 백원우 전 비서관은 그 범위 내에서 법리적 의견을 제시했다고 하는데 현재로서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공소사실을 보면 유 전 부시장의 거취를 두고 상당히 많은 인사가 개입돼있고, 청탁의 내용도 다양하다”며 “그 내용들을 어디까지가 부탁이고 외압인지 단정하기가 쉽지 않다. 또 직권남용의 판례가 많이 없기 때문에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도 떨어진다”면서 “이 때문에 조 전 장관측에서 감찰반이 권리가 없다는 주장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 측은 검찰 단계에서부터 “특감반원은 수사기관이 아니고 민정수석비서를, 고유 업무를 보좌하기 위한 보좌기관”이라며 “감찰반원에게는 권리가 없기 때문에 누구의 권리를 어떻게 침해했는지에 대해 전혀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유지해왔다.

때문에 재판에서는 청와대 특별감찰반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에 해당할만한 권리나 권한을 가지는지도 쟁점으로 심리될 전망이다.

◇정경심 교수 석방…재판 변수될까

이번 재판의 피고인에는 조 전 장관, 백원우 전 비서관, 박형철 전 비서관 외에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노환중 부산의료원 원장도 포함돼 있다.

재판부가 감찰무마 사건을 먼지 심리하기로 하면서 8일 공판에는 정 교수와 노 원장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비리 혐의로 기소돼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0일 석방되면서 검찰이 공범 관계로 보고 있는 조 전 장관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정 교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8일 도주 가능성이 없고 추가 구속영장 발부가 가능한 혐의사실에 대해 증거조사가 실시돼 증거인멸 가능성이 적다며 구속기간을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날 오전 0시5분께 수감돼있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온 정 교수는 취재진이 ‘구속 200일만에 석방된 심경’ ‘검찰의 증거인멸 우려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어떻게 대응할지’ 묻자 답변 없이 대기 중이던 은색 에쿠스 차량을 타고 자리를 벗어났다.

검찰은 정 교수 구속여부와 무관하게 앞으로의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법조계에선 이전과는 달리 정 교수가 제한 없는 방어권 행사를 할 수 있게 된 만큼 검찰 입장에선 ‘악재’를 만났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정 교수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증거인멸 우려가 완전히 불식될지를 두고 논란이 일 수 있고,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함께 대응전략을 논의하는 것도 보다 용이해지는 점을 들어서다.

반면 재판부가 정 교수 구속을 연장하지 않은 것이 검찰 수사에서 어느 정도 범죄사실이 소명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꼭 검찰에게 불리한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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