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현직 법관들의 재판에 현직 헌법재판관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현직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이 ‘사법농단’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윤종섭)는 11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62·사법연수원 12기),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58·17기),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57·18기)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종석 헌법재판관(59·사법연수원 15기)은 심 전 고법원장 재임 시절이던 2015년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를 지냈다. 이 재판관은 두 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가 이날 증인으로 나왔다.
심 전 고등법원장은 2015년 12월 통진당 행정소송과 관련, 법원행정처로부터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이에 따라 사건을 배당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검찰은 이 재판관에게 통진당 배당조작에 관여를 했는지 캐물었지만, 이 재판관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며 대부분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중요 사건의 접수보고를 받는 상황에서 특례배당할 사건이 고등법원에 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특례배당 여부를 미리 논의한 것이 아니냐”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이나 이 전 실장 등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연락하거나 사무실에 방문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재판관은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또 ”이석기 전 의원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 등 주요 판결에 대해서 알고있었냐“는 물음에도 ”개인적으로 언론에 보도되는 중요 사건들을 자세히 보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재판관에게 행정사건 항소심 중 통진당 사건을 제외하곤 오후에 배당된 건이 왜 한차례도 없는지 캐물었다. 이에 이 재판관은 ”그렇게 보이지만, 그걸 다 기억할 수 없다“며 ”어떤 이유때문인지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재판부는 ”기억이 없다“고 진술한 것이 어떤 의미인지 물었다. 이 재판관은 ”저도 증언을 처음 하게돼 제 기억으로는 그런 사실 자체가 없어서 그런 기억이 없다고 말씀드린 것이다“며 ”만약 그와같은 일이 있다면 매우 이례적이어서 어떤 형태로도 기억을 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제 스스로가 ’그냥 무심히 지나갔을 수도 있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적어도 제 기억상으로는 그런 사실은 없다는 의미로 표현을 한 것이다“며 ”적어도 제가 관여했던 배당 업무에서 원칙에 어긋나는 배당을 했다는 생각을 가지지 못했다“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이 재판관은 ”두차례 불출석 해 재판부, 검찰, 피고인 측의 재판 일정에 지장을 드려 대단히 미안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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