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이나영 이사장은 11일 기자회견을 갖고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가 제기한 기부금 사용 논란 등을 사과하며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정의연은 기부금 영수증의 세부명세 공개 요구를 “너무 가혹하다”며 거부해 논란이 더 커지고 있다. ○ 최근 3년 치 지출 명세 일부 공개
정의연은 39쪽 분량의 해명 자료를 이날 공개했다. 2017∼2019년 정의연의 기부금 수입과 사업별 지출 명세가 포함됐다. 이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특정 목적이 지정된 경우를 제외한 기부 수입이 약 22억1900만 원이고 이 가운데 40%가량인 9억1100여만 원이 피해자의 지원 사업에 사용됐다.
정의연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3년 치를 기준으로 기부금 수입과 지출액을 산정해 발표했는데 국세청 홈택스의 정의연 공익법인 공시에는 2016년부터 최근 4년 치 기부금과 사업별 지출 명세가 포함돼 있다. 공시에 나와 있는 2016년 피해자 현금성 지원 사업비는 30명에게 총 270만 원이다. 피해자 1명당 9만 원 수준이다. 한경희 정의연 사무총장은 “2016년은 재단 자체를 조성하는 단계이고 2017년부터 온전한 사업이 시작돼 2017년부터 지금까지로 공개한 것이다”고 밝혔다.
한 사무총장은 또 “정의연의 피해자 지원사업은 후원금을 모아서 할머니들께 전달하는 사업이 아니다”면서 “할머니들의 건강치료 지원, 정서적 안정 지원 등으로 수행되고 있다. 예산으로 표현될 수 없는 할머니들과 친밀감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오성희 정의연 인권연대처장은 “세상의 어떤 시민단체(NGO)가 이렇게 낱낱이 공개하느냐.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했다. ○ 국세청 공익법인 세무 기준도 위반
공개된 자료와는 별도로 국세청 홈택스에 공시된 정의연의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명세서’를 보면 석연찮은 사용처가 몇 군데 있었다. 정의연의 2019년 기부금품 지출 명세서에는 한 상조회사에 1170여만 원을 사용했다고 나와 있다. 이 회사는 10여 년 동안 정의연과 인연을 맺고 사망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장례를 무료로 치러주는 곳이다. 상조회사 대표와 간부는 “기부금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정의연은 “인력이 부족해 내부회계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회계 오류를 인정했다. 하지만 공시 자료를 분석한 회계 전문가들은 “제대로 감사했는지 의심될 만큼 허술하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의 2018년 공시 자료에는 위안부 피해자 ‘A 할머니’ 이름 옆에 지출액이 4억7600여만 원으로 적혀 있는 부분이다. 금액 기재 없이 지출목적만 ‘국제협력’ ‘생존자복지’ ‘수요시위’ 등 10개 항목 넘게 나열되어 있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규정상 지급처가 복수일 경우 ‘○○○ 외’라고 작성해야 하고, 100만 원 이상 지출일 경우 지급처를 나눠야 한다”고 했다. ○ 정의연 “방해세력이 반성해야” 주장
정의연 이사 B 씨의 자녀가 고 김복동 할머니의 조의금 등으로 조성된 ‘김복동 장학금’을 받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의연 측은 “문제없다”고 반박했다. 기자회견 당시 “B 씨가 정의연 이사가 아니다”라고 말한 정의연 관계자는 “당시 경황이 없어 착오가 있었다. B 씨는 이사가 맞다”고 뒤늦게 정정했다.
이 이사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에 번번이 걸림돌이 됐던 가장 큰 방해세력과 같이 동조하여 이 문제를 폄훼, 훼손한 이들이 반성하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더불어시민당 윤미향 당선자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만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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