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행을 위한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올해 상반기 내에 진행되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초만 해도 상반기 내 현금화 진행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외교 및 법조계 안팎에서 나왔으나 한일 당국 간 ‘확전 자제’ 기류 속에서 현금화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사정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강제징용 피해자 지원단체가 당장 움직이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금화 시기가) 상반기는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승소한 피해자들이 당장 현금화를 이행하기 위한 강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은 아닌 것으로 평가한다는 것. 다른 외교 소식통도 “현금화 작업이 지금 시작된다고 해도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상반기 내 (현금화가) 완료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금화 시기의 주요 변수인 법원의 움직임도 현재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등은 관련 일본 기업에 자산 매각을 위한 압류결정문을 송달 중이나, 일본 외무성은 이를 반송 처리하고 있다. 공시 송달을 통해 해당 법원이 반송 문제를 해결하고 현금화를 강행할 수 있지만 승소자 대리인단 등에 따르면 아직 움직임도 없는 상태다.
현금화가 전격 이뤄지면 한일 관계에 다시금 격랑이 일 가능성이 큰데, 현재는 한일 모두 소강상태 유지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생겨난 ‘상황 관리’ 모멘텀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한일 갈등이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장기화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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