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30만명 찾던 함평, 나비축제 취소에 “밥줄 끊기니 월세만 밀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2일 03시 00분


[무너지는 지역경제] <3> 지역축제 취소, 지역경제도 휘청

지난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 함평나비대축제. 축제 기간에 3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왼쪽 사진). 올해 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축제 현장에는 봄꽃이 만개했지만 관광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함평군 제공·함평=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지난해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 전남 함평군 함평엑스포공원에서 열린 함평나비대축제. 축제 기간에 30만 명이 다녀갈 정도로 성황을 이뤘다(왼쪽 사진). 올해 축제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축제 현장에는 봄꽃이 만개했지만 관광객이 없어 텅 비어 있다. 함평군 제공·함평=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축제가 한 해 밥줄인데 코로나19로 취소되는 바람에 말도 못 하고 속만 끓이고 있습니다.”

전남 함평군 함평읍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 씨(56)는 “나비축제 하나만 바라보고 그동안 버텨왔는데 축제가 열리지 않으니 막막할 따름”이라며 “석 달이나 밀린 월세를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올해로 22회째를 맞는 함평나비대축제는 매년 3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적인 봄 축제다. 올해는 4월 29일부터 5월 10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으나 결국 취소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역축제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면서 ‘반짝 특수’를 기대했던 주민들과 상인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상반기 예정대로 열린 지역축제 단 1개


11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 6월까지 개최할 예정인 358개 지역축제 가운데 5월 4일 현재 취소되거나 연기된 축제는 313개다. 올해 개최된 축제는 1월 27일부터 2월 16일까지 강원 화천에서 열린 산천어축제가 유일하다. 개최를 검토 중인 44개 축제도 취소되거나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문체부가 6일 각 시도에 생활 속 거리 두기 차원에서 지역축제를 취소 또는 연기해달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당장 음식업소와 숙박업소는 직격탄을 맞았다. 전북 남원시 광한루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용철 씨(49)는 “4월 말부터 5월 초에 열리는 춘향제 때 예약하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지만 올해는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그나마 시민들이 찾아줘 근근이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원 2호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던 봄꽃축제와 울산대공원 장미축제가 잇따라 취소되자 인근 상인들도 시름에 젖어 있다. 태화강 불고기단지의 한 업주는 “해마다 봄꽃축제 기간에 몰려드는 손님들로 120여 곳의 불고기단지 가게에 빈자리가 없을 정도였다”며 “숙박업소도 예약이 뚝 끊겨 울상을 짓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민속축제인 강릉단오제(다음 달 21∼28일)는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주요 문화행사를 온라인으로 생중계하거나 사전 촬영해 중계하는 방식이다. 매년 단오제 때 수십만 명이 찾아와 특수를 누렸던 지역 상인들은 울상이다. 강원 강릉시 강문해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상당수 관광객들이 바닷가에 들러 회를 먹고 가는데 단오제가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한철 장사는 물 건너간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 축제 관련 소상공인도 도산 위기에 내몰려


축제를 준비했던 공연기획사, 음향기기업체, 특산품 판매업체 등 소상공인들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광주에서 M기획사를 운영하는 양진식 씨(58)는 “강진 병영성축제와 보성 다향제 등 올해 계약한 5개 축제가 취소돼 일손을 놓고 있다”며 “직원 5명에게 7월까지 무급휴가를 줬는데 가을에도 축제가 열리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현수막을 제작하고 홍보물을 인쇄하는 업체들과 음향기기를 대여해주는 업체들도 시름에 빠져 있다. 광고인쇄업을 하는 이모 씨(49)는 “4·15총선 특수가 있어 그럭저럭 버텼는데 이제는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걱정”이라며 “대부분 영세한 데다 소상공인 대출도 가계에 큰 도움이 안 돼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소규모 막걸리 제조업체도 매출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축제를 앞두고 미리 출고 시점을 예상해 막걸리를 빚는데 갑작스레 판로가 없어져 만들어둔 술을 폐기 처분해야 한다. 한 막걸리 제조업체 관계자는 “한 박스에 20개씩 들어있는 140박스를 자체 폐기했다”며 “축제 기간 동안 매출을 바짝 끌어 올리는데 내년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남은 축제 예산, 재난지원금으로 활용

축제 하나당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의 예산을 책정한 자치단체들은 행사 취소로 집행되지 못한 돈을 재난지원금 등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규정상 사용하지 못한 예산은 반환하고 추경에서 이를 감액 처리한 뒤 활용이 가능하다.

부산 해운대구는 이달 말 열릴 예정인 모래축제를 취소하고 관련 예산 5억6900만 원을 긴급생활지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전남 진도군은 지역축제 취소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광고·음향기기업체, 진도개 공연팀, 예술인 등에 대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은 포도축제와 난계국악축제, 와인축제 등 3개 축제를 ‘국악과일축제’라는 이름으로 통합해 8월 말 개최한다. 정일건 영동군 관광팀장은 “3개 축제를 개최하는 데 24억 원 정도 들어가는데 그중 12억 원을 추경에서 삭감했다”며 “절감된 예산은 코로나19 피해 지원 등에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함평=정승호 shjung@donga.com / 부산=조용휘 / 전주=박영민 기자
#코로나19#지역경제#축제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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