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확산예측 시스템으로 고성산불 빨리 잡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13일 03시 00분


박종호 산림청장 인터뷰
작년 고성산불 계기 종합대책 수립… 신속 대응으로 “성공적 진화” 평가
특수진화대 등 최정예 요원 육성… 로봇-소화탄 진화기술 개발 노력


“이달 초 발생한 고성 산불은 낮은 풍속과 높은 습도 등 진화에 유리한 조건이었지만 대형으로 번져선 안 된다는 각오, 체계적인 협업과 전략이 주효했다고 봅니다.”

박종호 산림청장(사진)은 요즘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수고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지난달 24일 발생한 경북 안동 산불과 이달 초 발생한 강원 고성 산불을 ‘성공적으로 진화했다’는 평가에 따른 것이다. 20일에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식사 초청도 받았다. 산불 진화에 나섰던 직원 중 10여 명이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을 받을 예정이다.

박 청장은 12일 기자를 만나 “지난해 879ha의 산림이 소실된 고성 산불을 계기로 더 이상 대형 재난이 일어나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2020 신(新)산불종합대책’을 수립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 이 같은 ‘성공 진화’라는 평가에는 이 같은 종합대책을 기반으로 한 7가지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며 자체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먼저 현 정부 들어 산불 발생 시 국가위기관리센터가 직접 나서 범부처 전략회의를 개최하기 시작한 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재난안전 총괄기관인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문자 발송, 소방방재청의 전국 단위 소방동원령, 지방자치단체의 신속 대응, 산림청과 소방방재청의 교환근무 체계 구축 등이 변화의 한 예라고 했다.

또 과학기술에 기반한 스마트한 산불예방 및 산불진화 체계의 운영도 요인으로 꼽았다. 산림청은 지난해 동해안 산불을 계기로 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산불확산예측 시스템은 산하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에서 갖고 있는 산림 경사도, 토질, 수종, 나무 나이, 사면 위치 등 산림정보와 기상정보를 종합해 산불을 종합 분석하는 시스템.

그는 “1일 밤 고성군 토성면의 화목보일러로 추정된 곳에서 불이 나자 이미 산불의 확산 속도, 방향 등을 거의 예측할 수 있었다”며 “이를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 지방자치단체,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안부, 소방청 등 모든 유관기관이 공유해 단 한 명의 인명 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산불특수진화대와 공중진화대를 신기술과 장비를 겸비한 최정예 요원으로 육성하고 로봇, 소화탄, 특수진화차 등 새로운 진화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에 나서겠다고 했다. 박 청장은 “무엇보다 산불 현장 최일선에서 몸을 아끼지 않으신 고성 주민과 지자체 공무원, 산림 및 소방당국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산불이 주는 교훈과 개선 대책을 차분하게 추진해 산불방지 선도국의 입지를 다져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고성 산불#산불확산예측#박종호#산림청장#특수진화대#소화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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