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에듀테크 각광 …듀오링고 DET 등 언택트 시험 대안으로 부상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5월 13일 15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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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거의 모든 분야가 피해를 봤다. 교육(시험) 분야도 직격탄을 맞았다. 각급 학교는 유일한 선택지인 온라인 수업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각종 시험. 수험생, 유학 준비생, 취업 준비생 등 시험을 통해 필수 조건을 확보해야 하는 이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 사태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교육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해 새로운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이른바 에듀테크(EduTech) 분야가 대표적이다. 가상·증강현실(VR·AR),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기술을 접목해 전에 없던 경험을 제공하는 에듀테크 시장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필요성이 부각된 곳 중 하나가 앞서 언급한 각종 시험 분야다. 언택트(비접촉) 온라인 시험 듀오링고 잉글리시 테스트(Duolingo English Test·이하 듀오링고 DET)가 주목받는 이유다. 듀오링고 DET는 영어능력 평가 시험으로, 온라인으로 시험을 볼 수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토익·토플 등 대다수 영어인증시험 일정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유학 준비생 등에게 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듀오링고 측에 따르면, 실제 올 1분기 DET 응시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147%(전 세계 기준) 늘었다. 국가 별로 살펴보면, 중국이 289%로 증가 폭이 가장 컸고, 한국(270%), 베트남(220%), 일본(103%)이 뒤를 이었다.
최근 2년 새 전 세계 듀오링고 DET 응시자 추이.
최근 2년 새 전 세계 듀오링고 DET 응시자 추이.


온라인 시험의 효용성을 인정한 세계 각국의 많은 학교와 기관이 듀오링고 DET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미국 예일대학교를 비롯해 존스홉킨스대학교, 콜롬비아대학교 등 명문대에서 듀오링고 DET 점수를 인정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연세대학교가 이 시험을 인정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 학교와 기관 1000여 곳에서 듀오링고 DET를 인정하고 있다.
예일대학교 입학전형에서 소개 되고 있는 듀오링고 DET.
예일대학교 입학전형에서 소개 되고 있는 듀오링고 DET.


듀오링고 측은 뛰어난 편의성과 효용성에 합리적인 가격을 특징으로 꼽았다. 듀오링고 DET를 치르기 위해서는 안정적으로 연결되는 인터넷과 (웹캠이 장착된) 컴퓨터, 그리고 신분증만 있으면 된다. 시험 시간은 약 60분으로, 읽기와 말하기 및 쓰기와 듣기를 채점하는 섹션과 주관식 질문에 대해 답변하는 미채점 섹션으로 구성 돼 있다. 시험 비용은 토플의 1/4 수준이다. 시험 후 48시간 내에 결과를 받을 수 있다.

효용성 측면에서도 토플 등 기존 시험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인디애나 대학교(블루밍턴 캠퍼스) 존 윌커슨은 (Assistant Vice President for International Service)는 국제교육 전문매체 THE PIE NEWS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2년 간 자체적으로 학생들이 실제로 학업을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데이터를 수집했다. 그 결과 듀오링고 DET를 본 학생들이 TOEFL/IELTS 시험을 본 학생들과 비슷한 학업성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듀오링고 측은 듀오링고 DET는 자사가 추구해 온 ‘교육의 민주화’와 맥락이 닿아 있다고 밝혔다. 루이스 폰 안 듀오링고 CEO는 ‘외국어는 가난에 맞설 최고의 방법이며, 누구에게나 교육의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설파해 왔다.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듀오링고 DET가 루이스 폰 안의 교육 철학을 실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프리카 등 빈국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경우 오프라인 시험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인데, 온라인 시험인 듀오링고 DET는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높아 ‘교육의 민주화’에도 효율적이라는 평가다.

▼에듀테크 시장, 향후 2배 이상 성장할 것▼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지난 10일 내놓은 '에듀테크 시장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규모는 2018년 1530억달러(한화 약 187조 원)에서 2025년 3420억달러(한화 419조 원)으로 2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에듀테크 산업에 대한 투자는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교육시장 전문 분석업체 홀론아이큐(HolonIQ)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듀테크 시장에 대한 벤처캐피탈 투자는 30억 달러에 육박한다. 이 중 중국은 50%를 차지할 만큼 에듀테크 시장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특히 온라인 시험 플랫폼이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R&D기업인 ㈜알앤디아시아는 미국 스탠포드대학과 아시아지역 SMILE(Stanford Mobile Inquiry-based Learning)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SMILE의 기술 개발, 콘텐츠 생산 및 서비스 사업을 독점적으로 진행 하고 있다. 이 사업의 일환으로 온라인 시험 플랫폼을 개발해 최근 국제 초등수학 경연대회를 개최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내고 있다. 언택트 시대, 에듀테크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알앤디아시아는 온라인 시험 플랫폼의 편의성뿐만 아니라 스탠포드대학의 권위 있는 브랜드와 지난 10년 동안 검증된 로컬 네트워크를 더해 2020년 예상 매출 100억원, 총 응시자수 20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온라인 시험 관련 혁신적 기술을 개발한 기업이 주목 받고 있다. 스타트업 ㈜그렙은 최근 국민대학교에 온라인 시험 부정행위 감독 솔루션 모니터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모니토는 웹캠과 마이크, 화면 공유를 활용한 온라인 시험 감독 서비스로 1000명 이상의 학생이 온라인 시험을 동시에 치를 수 있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모니토를 이용하는 시험 감독관은 한 화면에서 최대 20명씩 동시 감독할 수 있으며 시험을 보는 학생의 모습과 학생이 보고 있는 화면이 녹화되기 때문에 시험 후 부정행위 적발도 가능하다.

모니토는 앞으로 휴대폰 카메라 기반 시험 감독 기능과 인공지능으로 부정행위 의심 행동을 판별하는 기능도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온라인 시험 감독 솔루션 ‘모니토’의 구동 모습.
온라인 시험 감독 솔루션 ‘모니토’의 구동 모습.


온라인 시험 활성화를 통해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환경 보호에도 기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호주 모나시대학교는 지난해 "2020년까지 시험의 80%를 온라인 화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시험지 인쇄에 낭비되는 나무 1000그루와 예산 700만 호주달러(약 54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듀오링고 측은 온라인 시험 수요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듀오링고 DET가 안정적으로 구현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으며, 올7월을 목표로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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