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논란 이후 첫 입장문 발표
“日책임과 별도로 건전 교류 구축… 한일 학생간 교류 등 미래 준비를”
기부금 투명공개-책임집행 요구, 정부엔 “2015년 합의과정 밝혀야”
최봉태 변호사 “지인과 입장문 조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사진)가 13일 “30년 투쟁의 과정에서 나타난 오류를 극복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정의연)의 기부금이 피해자 할머니를 위해 쓰인 적이 없다고 비판한 지 엿새 만이다.
이 할머니는 13일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제가 겪은 아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지난 30년간 정의연과 더불어 활동해 왔다”며 “그 과정에서 나타났던 사업 방식의 오류나 잘못을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 이후 불거진 정의연의 불투명한 기부금 사용 명세에 대해 ‘투명한 공개’와 ‘책임 있는 집행 과정’을 요구한 것이다.
다만 이 할머니는 “이것이 누군가를 비난하는 과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현 시대에 맞는 사업 방식을 통해 국민 누구나 공감하는 과정을 만들어가기 위한 것”이라며 “필요한 사업에 집중하고 누구나 과정을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부금 사용처에 대한 지적과 검증이 궁극적으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한 국민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할머니는 입장문 서두에서 “소모적인 논쟁은 지양돼야 한다”고 전제하는 등 진영 다툼을 중단해 달라는 취지의 표현을 여러 차례 썼다. 기자회견 이후 일각에서 ‘정치 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진영 대결의 양상을 부각시키자 이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선 ‘졸속 합의’로 규정하고 그 과정을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면서도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 가르기 등이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대민 의견 수렴 과정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관계자들의 정부 관계자 면담 내용 등을 조속히 공개해 사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억측이 아닌) 오직 국민들의 믿음을 바탕으로 합의 과정 전반을 공개하고 국민의 평가에 기반하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한일 교류와 관련해선 “가해국의 책임과는 별도로 한일 국민들 간 건전한 교류 관계 구축을 위한 미래 역사를 준비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양국의 미래 관계를 구축해 나갈 학생들 간 교류와 공동행동 등 활동이 좀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가 널리 퍼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 할머니는 입장문 말미에 “아픔은 또 다른 아픔으로 치유되는 것이 아니라 감싸고 보듬어주는 마음에서 치유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이 할머니를 오랜 기간 지원해 온 최봉태 변호사는 “이 할머니는 가족처럼 지내는 지인과 의견을 나누며 입장문을 내는 것을 조율해 왔다”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당선자가 어느 시점에 일본 정부의 10억 엔 출연 여부 등을 정확히 인지했는지 사람마다 말이 달라 정확한 내용이 밝혀져야 한다는 취지”라고 전했다.
한편 이 할머니는 7일 기자회견 당시 “윤 당선자의 남편 김모 씨가 교도소에 있을 때 윤 당선자의 요구로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씨는 1993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가 2017년 재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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