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내놓은 156만 일자리에 취준생들 “단비지만…”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5일 07시 12분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7만6000명(-1.8%) 감소했으며 이는 IMF외환위기 이후 2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20.5.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외환위기 이래 최악의 고용지표가 발표된 13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쓴 채 취업정보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 4월 취업자는 2656만2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47만6000명(-1.8%) 감소했으며 이는 IMF외환위기 이후 21년 2개월 만에 최대 감소폭이다. 2020.5.13/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1년 6개월 동안 취업 준비를 해온 A씨(27)에겐 최근 긴급재난지원금 보조 인력 단기 일자리 공고가 가뭄의 단비였다. 한 달 단기 일자리라 20대가 대부분일 거로 생각했던 A씨는 면접장에서 깜짝 놀랐다. 예상외로 30~40대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직장을 휴직한 이들도 있었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얼어붙은 고용시장을 살리기 위해 전날(14일) 공공부문 일자리 156만개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취업준비생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정책이라고 환영하면서도 장기적인 도움이 될까 의문의 목소리도 냈다.

정부가 발표한 156만 창출 일자리를 살펴보면 Δ직접일자리 94만5000개 Δ비대면·디지털 등 직접일자리 55만개 Δ공무원·공공기관 일자리 4만8000명 등이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민간부문의 고용 창출 여력이 많이 위축됐다”며 “공공부문의 일자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의 이런 발언은 이번 일자리 정책이 ‘고용’ 정책이라기보다는 ‘복지’ 정책이라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는 근로조건이 최대 6개월이고 취약계층 공공일자리는 5개월 이내다. 사실상 단기 아르바이트에 불과하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가뭄에 단비를 맞은 취준생들은 우선 환영의 뜻을 밝혔다.

1년6개월간 취업 준비를 한 선모씨(27)는 “단기 일자리이기는 하지만 채용이 워낙 줄어 자기소개서에 스펙 한 줄이라도 넣을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고용대책에는 코로나19로 중단된 공공기관 정규직 채용도 포함돼있다고 들었다”며 “원래 사기업만 준비하던 친구들도 눈을 넓혀서 공공기관에도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취준생들 사이에선 대부분 단기 일자리가 많아 장기적인 커리어 관리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6개월간 취업 준비를 한 조모씨(26)는 “대부분 5~6개월 단기 일자리라서 그 시간에 자격증을 따거나 전공 공부를 하는 게 미래 커리어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년여간 취업 준비를 한 임모씨(26)는 “비대면·디지털 일자리라는 게 데이터를 정리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실제 커리어에 도움이 될만한 일자리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일자리 정책이 민간 경제를 활성화하는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근로기간 동안 충분한 교육 훈련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인호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이번 정책은 향후 민간에서 디지털 경제와 관련한 수요가 생겼을 때 적절하게 이를 공급하려는 계획에서 만들어진 것 같다”며 “교육이나 훈련 없이 단순히 월급만 준다면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교육 훈련을 위한 일자리는 필요하지만 한정된 사람들만 받아야 가능하다”며 “이번 고용대책은 뽑으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적절한 교육 훈련이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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