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2, 3차 전파를 거치며 번지고 있다. 올 2월 신천지예수교(신천지) 때처럼 환자가 폭증하지 않았지만 발생 양상은 우려스럽다. 특히 ‘n차 감염’의 경로로 노래방이나 주점 등 소규모 업소가 확인되면서 외출 인파가 늘어날 이번 주말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 이태원 가지도 않았는데 줄줄이 확진
일행 5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홍익대 주점’ 집단 감염은 15일 이태원 클럽발 2, 3차 감염으로 확인됐다. 클럽을 다녀온 A 씨(26)가 다녀온 노래방을 B 씨(21)가 이용한 것이다. B 씨는 홍익대 주점 확진자 중 가장 먼저 증상이 나타났다.
A 씨가 노래방에 갔을 때는 4일 오후 8시 35분∼9시 14분. A 씨가 나가고 약 3분 후 B 씨가 지인 한 명과 함께 같은 노래방을 찾았다. 당시 노래를 불렀던 방은 서로 달랐는데도 감염됐다.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집단 감염이 홍익대 주변으로 이어지는 접점이었다. A 씨는 6일 관악구에 있는 또 다른 노래방에 들렀다. 이때 함께 같은 방에 있었던 일행 3명도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서울 도봉구의 또 다른 노래방에서도 n차 감염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A 씨의 밀접 접촉자로 확진된 남성(26)이 7일 이 노래방을 방문했다. 비슷한 시간대(오후 9∼10시) 같은 노래방을 찾았던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 역시 한 노래방이지만 다른 방을 이용하고 있었다. 당시 감염된 것으로 보이는 2명 중 한 명은 친구인 서울구치소 교도관과 지방에서 열린 결혼식에 동행했다. 교도관은 1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 서울시 “공조 시스템 통한 감염 가능성”
서울시는 노래방의 감염 경로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도봉구 노래방의 경우 특별한 접촉 경로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공조(공기조절) 시스템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나백주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해당 도봉구 노래방 안이 같은 공조체계로 환기가 이뤄지는 것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이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워낙 좁은 공간이다 보니 방문자들이 들락날락하면서 접촉이 있을 수도 있고, 손잡이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며 “공조 시스템도 있으니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본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노래방 대표는 “확진자들이 정확하게 어느 방에 머물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방마다 설치된 환기구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는 건 맞다. 최근 기온이 올라가 자주 에어컨을 가동하긴 했다”고 말했다.
○ 국내에 공조 시스템 감염 사례 없어
방역당국은 신중한 모습이다. 아직 노래방 내 공조 시스템을 통한 전파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노래방 내 복도, 화장실, 휴게실 등 공용 공간에서 접촉했거나 비말로 오염된 곳을 타인이 만지는 등 손 접촉을 통한 전파 가능성을 높게 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간이나 공간을 공유하면서 발생하는 전파의 위험성이 현재로서는 더 크다고 본다”며 “현재까지 공조 시스템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전파된 사례는 국내에 보고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대구 제2미주병원 집단 감염 때도 공조 시스템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결국 관련이 없다는 결론이 나온 바 있다.
다만 노래방은 한 층에 밀폐된 좁은 방들이 서로 붙어 있기 때문에 비말이 공기 중으로 이동했을 가능성이 있다. 최근 미국국립보건원(NIH) 산하 당뇨·소화·신장질환연구소(NIDDK)와 펜실베이니아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는 비말은 공기 중에 8분 이상 떠다니며 감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비말과 에어컨이 시너지를 일으켜 외부를 오염시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래를 부르는 과정에서 밀폐된 공간에 축적된 비말이 에어컨 바람을 타고 유출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기가 잘 안되는 방에서 에어컨이 세게 틀어져 있었다면 문을 열었을 때 압력 차이로 공기가 문 밖으로 나가며 복도가 오염됐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