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시민들이 묘역을 둘러보고 있다. 2020.5.16/뉴스1 © News1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이틀 앞둔 16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오월 영령을 기억하는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묘역은 학교 선배의 업적을 기억하기 위한 대학 후배들, 40년 만에 졸업하는 친구의 명예졸업장 전달을 위해 모인 중년의 남성들, 아이들에게 5·18을 알려주기 위한 부모들로 북적였다.
역사기행으로 5·18을 맞아 광주를 찾은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서울에서 국립 5·18민주묘지를 처음 찾았다는 석연우씨(24)는 학교에서 ‘광주역사기행’ 공고를 보고 5·18을 더 알고 싶어서 선뜻 광주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는 “책에서만 보던 5·18묘역을 직접 와 보니 먹먹하다. 세월이 많이 흘러 내 자식들을 데려올 때는 5·18의 진상규명이 많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주에서 광주를 찾았다는 이주현씨(24)는 “젊은 청년과 학생들이 5·18을 더 기억해야 된다는 생각에 매년 동아리 연합회에서 5·18민주묘지를 찾는다. 내일은 5·18민주광장을 찾아 사적지도 돌아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강대 재학생인 이소의씨(22)는 1980년 5월30일 종로5가 기독교 방송국 6층에서 5·18민주화운동 유혈진압을 비판한 후 투신한 김의기 열사의 후배이다.
이씨는 “서강대에서 선배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서강대의기제기획단’을 운영하고 있다. 후배인 우리가 선배님의 투쟁정신을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렇게 선배님 묘역을 찾게됐다”고 말했다.
이날 묘역 한 켠에서는 특별한 졸업식도 열렸다. 경북 구미의 금오공고 7기 졸업생들이 ‘故 염행렬 동기 명예졸업장 수여 및 추모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금오공고 7기 동기회장 김대중씨(57)는 “제주도, 청주, 서울 등 각지에 사는 친구들이 오늘 행렬이를 보기 위해 묘역에 왔다. 마지막까지 도청을 지키다 계엄군 총에 쓰러져 간 친구를 늦게 찾아와서 미안하지만 오늘이라도 명예졸업장을 전달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민 변상호씨(64)는 “40주년을 맞은 만큼 이제는 기억을 넘어서서 기록으로 남는 추모를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변씨와 함께 묘역을 둘러보던 청주 경실련 회원들은 묘비 뒤편에 적힌 유공자들의 사연을 보고 “어떻게 나라가 시민들을 이렇게 무참하게 죽일 수 있느냐”, “쭉 읽고 있으니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를 나눴다.
자식들을 데리고 온 참배객들은 묘역 곳곳을 함께 둘러보며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40년이 지금까지 학살 책임자가 처벌받지 않고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전북 순창에서 부인, 초등학교 6학년생 아들, 7살 된 딸과 함께 묘역을 찾은 강영석씨(48)는 “5·18민주화운동은 오늘날 대한민국을 낳은 가장 큰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5·18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엄마와 함께 묘역을 둘러본 강찬군(11·초4)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들었다. 수많은 묘지를 보고 나니 정말 슬프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주민 김현덕씨(46)는 초등학교 4학년생 아들에게 “지난 촛불혁명 때 봤듯 역사는 한 번 후퇴하면 되돌리기가 매우 힘들다”고 이야기했다.
김씨는 “5·18 40주년이고 4학년이 된 아이가 광주의 역사를 알 나이이기도 해서 찾았다”며 “아들이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다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1980년 광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만 알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의당 광주시당과 더불어민주당 경기시흥갑 지역위원회,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 진보대학생넷진주지회, 금속노조 광주지부 등 단체 참배도 줄을 이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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