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들이야 홀로 살다 빈손으로 돌아가는데 돈이 무슨 소용 있겠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다 부상한 뒤 50년간 모은 사재 30억 원을 최근 기부한 삼보 스님(70·강원 영월군 법흥사 주지·사진)의 말이다.
삼보 스님은 16일 교구 본사 월정사에서 열린 ‘탄허 스님 37주기 추모다례재’에서 주지 정념 스님에게 30억 원 기부증서를 전달했다. 월정사는 ‘탄허장학회’를 세울 예정이다. 삼보 스님은 16세 때 월정사에서 탄허 스님(1913∼1983)을 은사로 출가했다. 중학생 시절 공부하러 갔다가 탄허 스님의 가르침에 빠진 것이 연(緣)이 됐다. 탄허 스님은 유불선(儒佛仙) 사상에 통달한 한국 불교계 최고 학승(學僧)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삼보 스님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평소 인재 양성을 강조한 은사의 가르침을 따랐다고 말했다. “생전 은사께서 무엇보다 사람을 키워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셨다. 스님 거처 10채보다 한 사람을 기르는 게 더 낫다고도 했다. 목숨 걸고 모은 돈인데 허투루 쓰지 않고 은사의 뜻을 기리고 싶었다.”
30억 원은 일시보상금과 50년간 매달 받은 상이연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은 돈에 유산 10억 원을 보탰다. 베트남 파병 6개월여 만에 지뢰를 밟고 뒤꿈치를 크게 다쳐 지금도 걸을 때마다 불편하다. 여전히 은사의 가르침이 생생하다는 삼보 스님은 “출가할 때 은사가 내린 법명이 불법승(佛法僧)을 가리키는 삼보(三寶)”라며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고 실천하지 못하면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이번 기부로 마음이 정말 가볍고 즐겁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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