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경기 안성시 쉼터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2013년 9월 7억5000만 원에 매입한 뒤 지난달 23일 4억2000만 원에 매각됐다. 정대협의 후신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자는 서울 마포구에 설립하기로 한 쉼터를 경기 안성시에 마련한 경위 등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하지만 쉼터가 사업 및 회계 평가에서 낙제 등급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안성 쉼터 의혹은 더욱 불거지고 있다.
○ 사업 C등급, 회계 F등급 받아 ‘경고’ 조치
안성 쉼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업평가 결과에서 ‘경고’ 조치를 받아 방만한 사업 운영이 논란이 됐다. 공동모금회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기부받아 전달한 10억 원의 쉼터 매입비가 목적에 맞게 사용되는지를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공동모금회는 2015년 12월 경기 안성시에 위치한 쉼터의 사업평가 결과로 ‘경고’ 조치를 내렸다. 사업평가에서 C등급, 같은 해 12월 회계평가에서 F등급을 내렸기 때문이다. 평가 등급은 A부터 F까지 5단계(E등급 제외)로 나눠져 있는데, 두 등급을 종합해 ‘경고’ 조치를 내린 것이다.
2015년 9월 안성 쉼터의 현장점검에는 공동모금회 직원 1명과 사회복지전문가 2명이 함께 나갔다고 한다. 사업 문서와 실적, 회계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쉼터가 사실상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판단 내렸다. 사업평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활동률이 매우 낮고 프로그램 실적이 없다는 이유로 C등급을 받았다. 회계평가는 영수증 등 증빙서류가 미비하고 예산 변경에 대한 절차를 미준수했기 때문이었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2016년 평가 결과를 정대협에 송부하고 시정 권고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의연 측이 쉼터의 조성 목적에 대해 “할머니들의 쉼과 치유라는 주 목적 외에도 젊은 세대들의 만남과 연대의 장을 제공하기 위함이다”라는 설명과 다르게 운영된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정의연 관계자는 “공동모금회의 평가가 그렇다면 문제가 없었다고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다. 사실관계를 파악해 설명자료를 내놓겠다”고만 했다.
○ 공동모금회 “쉼터 장소 변경 제안한 적 없다”
2012년 8월 현대중공업은 위안부 피해자 쉼터를 짓는 사업에 쓰이도록 10억 원을 공동모금회를 통해 정대협에 지정 기부했다. 정대협은 마포구 성산동 ‘전쟁과여성인권기념관’ 일대에 쉼터 부지를 마련하겠다고 현대중공업에 제안했다. 하지만 실제 정대협은 마포구가 아닌 서울에서 2시간가량 걸리는 안성시에 쉼터를 마련하며 논란이 됐다.
정의연은 17일 설명자료를 통해 “모금회는 사업이 서울 지역에만 국한하지 않으며 계속 진행되기를 희망했다”고 밝혔다. 마치 모금회가 다른 지역을 먼저 제안한 것처럼 해석된다. 윤 당선자도 18일 “공동모금회가 ‘경기 지역도 괜찮다’라는 의견을 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모금회는 18일 “정대협이 여러 군데 (부지를) 알아봤는데 안성이 적합하다고 (먼저) 제안한 부분이다”라며 “최대한 사업 수행기관의 전문성과 의견을 존중하기 때문에 (공동모금회가) 이리 가라 저리 가라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 “10억 원 이내로 서울서 쉼터 구입 가능”
윤 당선자는 18일 “(현대중공업이 기부한) 10억 원으로 마포의 어느 곳에도 그 집을 살 수 없었다. 현대중공업에서 예산 책정을 잘못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등을 통해 ‘전쟁과여성인권기념관’이 위치한 마포구 성산동 일대에서 ‘안성 쉼터’와 유사한 조건의 건물들을 직접 확인한 결과 사실과 달랐다.
정대협이 계획을 바꿔 마련한 안성 쉼터 건물은 연면적 195.98m²(약 59평), 대지면적 800m²(약 242평)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이다. 정대협이 쉼터 건물을 알아보던 2012∼2013년 기준 성산동 일대에서 안성 쉼터와 유사한 조건의 건물 다수는 10억 원 내로 매매가 가능했다. 이 기간 중 5억 원 이상 단독주택 건물 매매는 총 23건이었다. 이 중 5억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단독주택 건물 매매는 14건(61%)이었다. 10억 원 초과 건물 거래는 9건(39%)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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