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둘러싸고 끊이지 않던 의혹들은 결국 검찰의 압수수색으로 이어졌다. 정의연 이사장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기부금 횡령 의혹 등을 수사하는 검찰은 20일 정의연과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서 회계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압수수색 당일 경기 안성시에 있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에 이어 서울 마포의 쉼터 ‘평화의 우리집’도 문제가 불거졌다. 마포 쉼터와 관련된 기부금 및 보조금 1억4500여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된 것이다. 정대협은 여성가족부가 주는 국가보조금에다 개신교 봉사단체가 매월 전한 기부금까지 모두 ‘0원’으로 표기했다. 정의연 측은 이번에도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단순 회계 실수”라는 해명을 반복했다.
○ 정부가 준 보조금까지 제로 표기
여성가족부 등에 따르면 현재 마포 쉼터에 시설 운영비 명목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연간 4800여만 원에 이른다. 여가부는 2016년부터 해마다 3000만 원씩 ‘위안부 피해자 보호시설 지원비’ 명목으로 국가보조금을 지급해 왔다. 이 지원비는 할머니가 거주하는 마포 쉼터에 지급되는 보조금이다. 봉사단체 ‘글로벌디아코니아’도 2018년 8월부터 매월 150만 원씩 연간 1800만 원을 쉼터 운영비로 기부해 왔다. 글로벌디아코니아는 정대협에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건물을 ‘쉼터’로 무상 임대해준 서울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가 대표로 있는 단체다.
하지만 정대협이 2016∼19년 국세청 홈택스에 올린 ‘공익법인 공시 서류’에는 보조금 지급 항목이 0원으로 기록돼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은 모두 보조금에 해당한다. 2016년부터 4년간 여가부가 지원한 1억2000만 원이 공시에서 누락된 것이다.
2018∼19년 공시에서는 글로벌디아코니아로부터 월 150만 원씩 기부받은 쉼터 운영비가 역시 ‘0원’으로 기재돼 있다. 같은 기간 공시 자료에는 마포 쉼터와 관련해 집행한 비용도 따로 표기하지 않았다.
○ 공시 누락만 37억 원이 넘어
정대협의 후신인 정의연은 이에 대해 “단순 회계 실수”라는 답을 내놓았다. 공시 누락이 불거질 때마다 바뀌지 않는 해명이다. 하지만 정의연 측은 여가부 보조금 등의 구체적인 사용처도 명확히 밝히지 못했다. 정의연 관계자는 “쉼터 운영비 상당수는 인건비로 나간다. 쉼터에 상주하는 소장뿐만 아니라 요양보호사 3명이 교대로 쉼터에 사는 할머니를 돌보고 있어 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방문요양비 등 간병비는 여가부가 서울시에 매월 151만9000원을 교부해 할머니에게 지원하고 있다.
정의연 측은 이에 대해 “그렇게 세세한 부분까지는 알 수 없다. 마포 쉼터 지출 내역에 대한 기부금이 딱 쉼터에만 한정되지 않았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문점도 남는다. 마포 쉼터는 2012년 5월 명성교회가 위안부 피해 할머니 생존 시까지 무상 임대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정대협은 월세조차 낼 필요가 없다. 2019년 1월 김복동 할머니가 별세한 뒤로 이 쉼터에 머물고 있는 피해 할머니는 길원옥 할머니뿐이다.
○ 검찰, 회계부정 수사…안성시는 불법 증축 확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20일 서울 마포구 정의연 사무실과 직선거리로 73m 떨어져 있는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각각 압수수색해 회계 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박물관은 정대협 법인이 등기에 올린 주소지다. 정대협 대표와 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 당선자는 시민단체로부터 업무상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됐다.
경기 안성시는 같은 날 정의연의 안성 쉼터를 현장 조사하고 쉼터가 불법 증개축된 사실을 확인했다. 시 관계자는 “건축법 위반 사항이 확인돼 21일 정의연 측에 ‘건축법 위반 건축물 시정명령’ 사전 통지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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