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윤미향 당선자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20일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며 “민주당은 정의기억연대(정의연)에 대한 외부 회계감사와 행정안전부 등 해당 기관의 감사 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선(先)조사, 후(後)결정’이라는 것으로, 7일 이용수 할머니의 폭로 기자회견으로 논란이 불거진 지 13일 만에 나온 첫 공식 입장이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는 윤 당선자와 관련해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김해영 최고위원만 “윤 당선자가 개인계좌로 받은 기부금은 즉시 사용 내역 검증이 필요하다”며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의연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겠다고 했고 관련 부처들이 진상조사를 하기로 했으니 객관적 진실이 나오면 그때 대응하자”고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던 이 대표는 “나도 시민단체를 해봐서 안다”며 “(계좌를 통한 기부금 공개는) 기부 내역을 공개하기 꺼리는 사람들이 있어 쉽지 않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행안부와 외교부, 여성가족부 등 정의연과 관련된 부처별 조사 일정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중진 의원은 “당이 외부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회계 조사를 벌일 권한도 없을뿐더러 자칫 윤미향 개인이 아닌 정의연이 해온 30년 활동에 누를 끼칠 수 있어 입장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도 조사 결과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여성가족부 등은 정의연 측으로부터 보조금 집행 내역을 제출받아 점검하고 있다. 후원금 내역은 행안부가 22일까지 제출받는다”고 했다. 이어 “회계 문제나 집행 내역이 불투명하거나 미비하다고 질문했는데 지금 순간까지는 의혹 제기”라면서 “결과가 나온 다음에 입장을 내고 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언론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사과하면서 “정의연 보조금 지급 사업에 대해 살펴본 결과 현재 절차상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판명 났다. 다시 살펴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노웅래 박용진 등 개별 의원들이 연일 당 차원의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어 당내 ‘조기 매듭론’도 확산되고 있다. 노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제는 국민의 상식과 분노의 임계점에 달했다”며 “이번 일을 친일, 반일 프레임으로 볼 것은 아니다. 당이 신속하게 진상을 파악해 당 입장을 가져야 할지도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강훈식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후 ‘윤 당선자 사건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처럼 가고 있다’는 질문에 “조국 국면과는 많이 다르다”며 “여러 측면에서 우리 당에 정치적 부담은 있지만 보도만 보고 가는 건 적절하지 않다.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통합당이 윤 당선자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를 검토한 것에 대해선 과도하다고 했다.
한편 정의연에 ‘안성 쉼터’를 중개해 준 이규민 당선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21대 초선의원 의정연찬회 특강 후 기자들과 만나 “당에 소명할 내용도 없고, 당도 문제 삼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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