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작구에 사는 김모 씨(33·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이 같은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김 씨는 구로구 신도림동의 콜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주말 남편과 방문하던 대형할인점에 발길을 끊었다. 그 대신 인터넷, 홈쇼핑 등을 통해 식재료, 생필품 등을 조금씩 자주 배달시켰다. 그만큼 집에서 나오는 종이, 비닐,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배출도 늘었다.
직장인 한모 씨(34)와 동료들은 21일 서울 중구 일대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카페에서 음료를 마셨다. 차가운 음료와 따뜻한 음료를 섞어 4잔을 주문한 뒤 한 씨는 “일회용 컵에 담아 달라”고 했다. 한 씨와 일행들은 20분가량 매장에 앉아서 플라스틱 컵과 종이컵에 담겨 나온 음료를 마셨다. 한 씨는 “머그잔도 괜찮다고들 하지만 찝찝한 마음에 일회용 컵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며 줄어드는 듯했던 일회용품 사용이 늘고 있다. 일회용품 사용은 재활용 쓰레기 배출로 이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뒤 재활용 쓰레기 배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코로나19가 확산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진행된 올 2월과 3월 서울시 공공부문 재활용가능자원 분리배출량은 하루 평균 각각 1208t과 1173t이다. 지난해 2월 1029t, 3월 1039t보다 늘었다. 아파트 등 민간 공동주택 배출량까지 합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수도권매립지나 자원회수시설 등을 통해 소각한 생활폐기물은 올해 1∼4월 34만8528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5만2928t)보다 줄었다. 감염병이 확산되며 외출과 접촉을 꺼리는 시민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탈(脫)플라스틱’ 목소리도 위축된 분위기다. 2018년 8월부터 시작된 식품접객업소의 일회용품 제공 금지도 올 2월부터 풀렸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 씨는 “텀블러를 가져오는 고객은 할인을 해줬지만, 최근에는 텀블러에 담아달라는 고객들이 감염되면 어떡하나 걱정돼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교역 위축과 유가 하락이 겹치며 재활용 시장이 침체된 탓에 ‘쓰레기 대란’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시 관계자는 “큰 틀에서 진행 중인 일회용품 줄이기 사업은 계속할 예정”이라며 “현재 ‘포스트 코로나’에 발맞춘 일회용품 줄이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화되는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도 민간에서 협조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고안하겠다는 취지다. 서울연구원도 보고서를 내고 “일회용 플라스틱은 재활용보다 소비 줄이기로 해결해야 한다”며 “사업자, 소비자, 캠페인 참여자별로 나눠서 모니터링을 진행해 일회용 컵과 비닐봉투 줄이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단수나 긴급재난 상황에 사용하는 ‘병물 아리수’ 페트병에 붙어 있던 비닐 라벨을 이달부터 제거하면서 ‘탈플라스틱’에 힘을 싣고 있다. 기존 페트병에는 비닐 라벨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올 하반기에는 재질의 90%가 자연 분해되는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병물도 내놓을 계획이다. 병물 아리수 생산량도 지난해 102만 병에서 올해 50만 병으로 대폭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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