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전 9시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국제선청사는 ‘국제공항’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을씨년스러웠다. 평소 같으면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을 김해국제공항은 마치 대규모 정전이라도 발생한 듯 어두웠고 3층의 카페 한 곳만 불을 밝히고 있었다. 카페 손님은 공항 유지 관리를 위해 남은 한국공항공사 필수 인력뿐이었다. 항공사 창구를 비롯해 모든 상점은 어둠 속에서 문이 닫혀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부산울산경남 지역에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관문이었던 김해국제공항의 활력도 덮쳤다. 이날 김해공항을 출발한 항공편은 53편. 지난해 같은 날 뜬 167편의 3분의 1 수준인 데다 국제선 없이 모두 서울(김포)과 제주 노선뿐이었다. 지역 자본으로 설립돼 지역민들을 고용하고 있는 에어부산은 경영난에 빠졌고, 항공업계 종사자들과 항공 승객을 대상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소상공인들에게 고스란히 그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김해공항 인근 소상공인들은 주로 렌터카 업체, 식당, 주차장을 운영한다. 이날 오전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는 국제선 주차빌딩은 빈자리를 나타내는 숫자가 ‘2100’이었다. 이 빌딩의 최대 주차 대수는 2123대이다. 인접한 한 사설 주차장은 아예 텅텅 비어 있었다. 사설 주차장 사장은 “그나마 간간이 제주 노선을 타는 가족 단위 승객이 있어 문을 열어놓고는 있지만 공치는 날이 허다하다”고 했다.
주차장 인근 한식뷔페, 돼지국밥, 콩나물국밥 등 렌터카와 주차장을 이용한 손님들이 애용하던 식당들도 사정은 마찬가지. 식당 사장 A 씨는 “코로나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말들이 많아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두렵다. 이러다 이 지역 공항 경제 생태계가 완전히 망가지는 게 아닌지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김해공항에 취항하는 한 항공사 관계자는 “포화상태를 걱정할 정도였던 김해공항과 주변 경제가 이렇게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처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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