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자회사 자금 횡령·은닉 혐의
1심 "횡령금 매우 많아" 징역 7년
정한근 측 "재산도피 범의 없었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고(故) 정태수 전 한보그룹의 넷째 아들 정한근(55)씨 측이 항소심 첫 공판에서 “1심 징역 7년형은 너무 무겁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판사 정종관)는 22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재산국외도피) 등 혐의로 기소된 정씨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정씨가 비밀계좌를 개설하는 등 자금세탁을 주도했고, 재산도피 중요성에 비춰보면 1심이 너무 가볍다”며 “1심 구형과 같이 선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1심에서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항소 이유에 대해 “국외재산도피에 있어 1심 판결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라며 “외국에 반출된 자금으로 매입된 주식의 매각대금은 국내 반입 의무가 있는 재산이 아니라는 판례가 있다. 우리 사안과 다르지 않다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1심은 은닉에만 주목하고 해외도피를 간과한 것 아닌가 한다”면서 “2100만 달러 자체에 대해서는 정씨가 국외도피할 생각이 없었고, 국내 유상증자 자금으로 들어올 생각이었기 때문에 범의가 없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반 사정에 비추면 1심이 정한 형은 부당하다”며 “너무 무겁다는 것이 항소 이유”라고 덧붙였다.
정씨 항소심 2차 공판은 오는 7월10일 오후 2시1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정씨는 한보그룹 자회사 동아시아가스 회사자금 2680만달러(당시 환율기준 260억여원)을 스위스의 차명 계좌를 통해 빼돌리고, 재산을 국외에 은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60억원대 횡령 혐의로 추가기소됐다.
아울러 국세 253억원도 체납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해외 도피 과정에서 필요했던 서류를 위조한 공문서위조 혐의와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 등도 받고 있다.
앞서 1심은 “국외재산도피와 횡령 금액의 총합이 수백억원에 이르는 등 매우 많은 액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약 401억원의 추징금도 명령했다.
한편 정씨는 1998년 6월 수사 과정에서 잠적했고,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2008년 9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중국으로 도망갔던 정씨는 홍콩을 오가다 1999년 미국으로 건너간 후 친구의 여권을 이용해 미국 시민권 신분으로 거주했다.
2017년 에콰도르로 갔던 정씨는 파나마를 경유해 미국으로 가려다 지난해 6월18일 파나마 이민청에 의해 체포됐다. 정씨는 영사와 면담한 뒤 브라질(상파울루), UAE(두바이)를 거쳐 지난해 6월22일 국내로 송환됐다. 정씨의 부친 정 전 회장은 2018년 12월1일 에콰도르에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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