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생들에게 일명 PC방 금지령이 떨어졌다. 강제력이 없는 방역당국 권고사항이지만, 다음 주 등교수업을 무리 없이 유지하는데 학생들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PC방은 학생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놀이공간이다.
방역당국은 PC방을 학원, 종교시설 등과 함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위험 시설로 분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환기가 까다로운 밀폐된 공간이고 사람이 몰리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에서 언제든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질 수 있어서다.
◇헤드셋 마이크 사용해 수시로 비말(침방울) 튀어…음식도 시켜 먹어, 방역상 위험
지난 20일 고등학교 3학년 등교수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주말인 만큼 PC방으로 향하는 학생 발걸음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마땅한 놀이문화, 체육 활동이 부족한 국내 초·중·고 학생들에게 PC방은 적은 비용으로 친구들과 스트레스를 풀고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이 학생들의 PC방 출입을 억제하려는 것은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나기 쉬운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제 PC방은 조용히 혼자서 게임을 즐기는 공간이 아니다. 콜센터 직원처럼 헤드셋 마이크를 착용하고 무리를 지어 단체로 게임을 즐기는 문화가 주류로 자리를 잡았다. 마이크를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비말(침방울)이 생기고, 마스크를 계속 착용하는 것도 불편해진다.
현행 PC방은 다양한 먹거리도 제공한다. 웬만한 분식집보다 많은 메뉴의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고, 게임까지 즐기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봐도 무방하다. 방역 측면에서는 위험한 요소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실제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한 코로나19가 발생한 집단시설 중 한 곳으로 PC방이 포함돼 있다.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코인노래방, 노래연습장을 상대로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려 학생들이 갈만한 놀이공간은 이제는 PC방 정도에 불과하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코로나19) 위험도와 감염자 규모를 줄여야만 (학생들) 등교수업을 계속 보장할 수 있다”며 “특히 모든 초·중·고 학생들은 특별히 노래방과 PC방 출입을 금지해 달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고등학교 3학년 등교수업 이후 첫 주말을 맞았다”며 “등교수업은 학교와 학교 관계자, 학생 노력 만으로 유지될 수 없다”며 지역사회 감염 확산을 경계했다.
◇PC방 감염→학교 전파, 최악의 상황…100% 출입금지 불가능, 방역수칙 지켜야
학생들 주류 놀이문화인 PC방 출입을 완벽히 차단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또 주말인 만큼 교사나 학교에서 학생들의 PC방 출입을 금지하는 생활지도를 하는 것도 어렵다. 따라서 PC방 운영자와 학생들이 실내 공간에서 좌석 간격을 벌려서 앉기, 마스크 착용, 손 소독제 사용, 정기적인 환기 등 감염병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따르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다.
PC방이 방역 측면에서 위험한 것은 학생 1명만 감염돼도 학교 전체로 코로나19를 전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감염되고 5~7일 후에 증상이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주말에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코로나19에 걸려도 증상을 알아채는 시점은 빨라야 수요일에서 금요일쯤이다. 조용한 전파가 이뤄진 등교 3~5일 후에야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특히 젊고 건강한 학생들이 코로나19에 걸려도 무증상 상태로 감염될 가능성도 높다.
앞으로 등교수업 대상이 확대되는 것도 고민스러운 지점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0일 고3을 시작으로 27일 고2·중3·초등1~2·유치원생, 6월 3일 고1·중2·초3~4, 6월 8일에는 중1·초5~6학년이 순차적으로 등교를 시작할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 모든 학생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귀가하며, 교직원과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진행하는 대비책을 수립했지만 연쇄감염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6월 초쯤 전국에 초·중·고교 학생들이 등교수업을 시작할 경우 500만명을 훌쩍 넘는 학생들이 학교에 가게 되고, 이럴 경우 코로나19 확산 위험은 훨씬 높아진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 방역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학교에서 (방역을) 아무리 잘 하더라도 외부 지역사회에서 감염된 채 학교로 들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역사회 감염이 학교에 들어오지 않으려면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고, 방역당국도 고민이 깊다”며 “지역사회 감염을 최소화하려면 모든 국민이 철저하게 생활방역 수칙을 지켜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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