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른 ‘집단 발차기’…태권도 선수 3명, 징역 12년 구형

  • 뉴시스
  • 입력 2020년 5월 26일 15시 02분


피해자 여자친구에게 '같이 놀자' 시비 불거져
클럽밖 상가로 끌고 가 마구 폭행…결국 사망
피해자父 "저희들에게 단 한 번도 사죄 안 해"
검찰 "3명 모두 태권도 4단…전국대회 우승"
"의식 없는데도 얼굴 차…살인 미필적 고의"

새해 첫날 서울 광진구 한 클럽에서 20대 남성을 집단 폭행해 사망하게 한 혐의를 받는 체대생 3명에게 검찰이 각각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의 아버지가 출석해 “법의 지엄함을 보여달라”고 호소했다.

26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박상구)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21)씨, B(21)씨, C(21)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모두 태권도 4단 유단자로 전국대회에서 우승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간 경험이 있다”며 “피고인들은 태권도 시합 때 머리보호구를 써도 발차기를 당할 경우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보호장구 없는 피해자의 급소가 집중된 머리와 상체 부위에 발차기를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데도 재차 얼굴에 발차기를 한 뒤 방치하고 현장을 이탈했다”며 “이들은 자신들의 행위로 사망가능성, 위험이 있음을 미리 인식했다고 보기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겐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다고 보여진다”며 “이들의 행위로 인해 민족무술인 태권도를 하는 태권도인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 20대 초반이던 피해자는 살아갈 날이 많았지만 사망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B씨는 최후진술에서 “저는 살면서 누군가의 목숨을 뺏게 될 거라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며 “제 짧은 판단으로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건 이후로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사과드리고 싶었지만 못했다. 이 자리에서 사과드리겠다”고 말했다.

A씨는 “상처받은 피해자 유족에게 죄송하다”며 “앞으로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고 반성하고 살겠다”고 했다.

C씨는 “너무 죄송해서 괴로웠다”며 “용서해달라는 말도 할 수가 없다. 재판장님이 주신 벌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 아버지가 진술권을 얻어 눈물로 피고인들의 엄벌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버지는 “사건이 있고 집사람은 먹고 자지도 못하고 고3이 된 딸은 공부도 할 수 없다. 저도 회사 일을 못해서 그만뒀다”며 “병상에 계신 어머니와 혼자 계신 장모님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왜 올해 설에는 우리 아이가 안 보이냐고 말하시더라. 아흔이 넘은 우리 아버지는 먼저 간 손주 생각에 매일 울기만 하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판준비기일에 피고인 변호사 한 명이 ‘얼굴에 멍만 조금 있는데 그게 어떻게 살인이냐’고 하더라”며 “무차별한 집단 구타로 피가 벽에 튀고 바닥에 흥건했다고 들었다. 옆구리와 안면을 골절시키고 쓰러진 사람의 머리를 구둣발로 축구공 차듯이 해 끝내 숨통을 끊었는데 이게 살인이 아니면 뭐냐”고 반문했다.

아버지는 “저들은 아직까지 저희들에게 단 한 번도 사죄를 하지 않았다. 사고가 있자마자 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자기 방어에만 급급하다”며 “저들은 악마다. 죽어도 용서할 수 없다. 법의 지엄함을 보여주셔서 원통한 우리 아이 원혼을 달래 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구형 직전 진행된 피고인 신문에서 일부 피고인은 재판부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C씨에게 ‘발차기 세기’를 묻는 질문을 하다 “본인의 행위를 모면하려고 해도 그렇지, 운동을 한 사람이면 사람답게 구체적으로 말을 하라”고 했다.

클럽에서 피해자와 시비가 붙은 B씨는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길거리를 걸어가면서 발을 두 차례 걸어 넘어뜨린 사실은 인정했지만, 상가에선 폭행이 일어날 걸 예상 못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또 자신은 폭행하지 않았고 두 친구만 폭행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박 부장판사가 “클럽에서 나와서 상당 거리를 끌고 가 어떤 장소로 데리고 갔던 건 (피해자를) 때리는 걸 예상하고 있던 게 아니냐”고 물어도 “대화만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결심공판이 끝나고 난 뒤 법정 밖에서는 피고인 부모 중 한명이 피해자 부모에게 다가와 “죄송하다”며 사과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이에 놀란 피해자 어머니가 주저앉으며 울자, 다른 사람들이 피고인 부모를 만류하기도 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지금 6개월 만에 이러는거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B씨 등은 올해 1월1일 새벽 광진구 화양동의 한 클럽에서 피해자와 시비가 붙자 집단 폭행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B씨 등이 피해자의 여자친구에게 클럽에서 ‘같이 놀자’며 접근하다 피해자와 시비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태권도 전공자인 이들은 싸움이 나자 피해자를 클럽 밖 상가로 끌고 가 집단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이 장면을 목격한 시민의 신고로 출동한 소방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머리에 심각한 부상을 입어 결국 사망했다.

선고기일은 다음달 25일에 열린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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