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광가속기 유치 실패 후 추진
안동시에 비해 사업 진행과정 늦고 사업계획서조차 없어 지정 힘들 듯
국책사업인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실패한 강원 춘천시가 대마(大麻) 클러스터를 통한 규제자유특구 지정을 추진 중이지만 이마저도 전망이 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같은 시기에 출발한 경북 안동시에 비해 사업 진행 과정이 뒤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26일 강원도에 따르면 3차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중소벤처기업부와 협의를 통해 진행이 이뤄져야 하는데 강원도는 이 협의과정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반면 경북은 규제자유특구 계획을 공고했고, 주민 공청회까지 사전 준비를 마쳤다.
규제자유특구 지정은 다음 달이어서 사업계획서조차 마련하지 못한 춘천은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해 이미 ‘물 건너간 것’이라는 예측마저 나오고 있다.
춘천이 대마 클러스터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대마가 산업적 측면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환각작용이 있는 대마초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가 굳어진 대마는 최근 들어 활용가치가 높은 친환경 작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서 마약류로 분류되는 대마는 기호용 대마인 마리화나와 산업용 대마인 헴프로 구분된다. 이 가운데 산업용 대마인 헴프는 식품을 비롯해 섬유, 의료, 미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헴프 추출 성분 가운데 뇌전증, 치매, 신경질환 치료 등에 효능이 있는 칸나비디올(Cannabidiol·CBD)이 발견되면서 전통적인 섬유 채취를 위한 산업이 아닌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미 캐나다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는 의료용 대마를 허용해 재배량이 급증하는 등 대마산업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대마의 환각 성분으로 인해 재배에 규제가 많은 편이다. 춘천시가 규제자유특구 지정에 애쓰는 것도 이 같은 제약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춘천시는 강원대와 협력해 대마 시험 재배지에서 대마를 생산하고 제품 상용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더욱이 춘천에는 직접 대마를 재배하고 이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선도 기업이 있다. 내츄럴햄프바이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얻어 춘천과 홍천 2만 m²(약 6000평)에서 대마를 재배하고 있다. 특히 연구 개발에도 힘써 ‘오죽삼’과 ‘춘천삼’이라는 신품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내츄럴햄프바이오는 국내에서 대규모로 대마를 재배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만약 춘천이 규제자유특구로 지정된다면 이 같은 기업들에 날개를 달아주는 셈이다.
이광준 내츄럴햄프바이오 대표는 “그동안 대마가 불법적인 곳에 사용돼 국민의 인식이 좋지 않은 데다 대마관리법이라는 규제로 사용이 금지돼 왔지만 이제라도 의식 변화를 통해 대마를 제대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머지않아 국내는 물론 세계가 놀랄 만한 성과를 이뤄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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