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남병원과 건물 같아 코호트 격리… 직원들 새우잠 자며 비상근무 투혼
지난달 중순부터 제한적 업무 재개
경북 청도군보건소 황영은 간호사는 2월 26일 청도대남병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를 서울 국립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황 간호사는 “방호복을 입었지만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서 참 무서웠다. 가는 내내 눈물이 너무 나서 혼났다”고 말했다.
청도에서는 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확진 환자가 많이 발생했는데 이들을 서울의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정신건강센터 등 전국 각지로 전원(轉院)하기 위해 동승자가 필요했다. 당시 대남병원 의료진은 남아 있는 환자들을 돌보느라 여력이 없었다. 결국 청도군보건소 직원들이 나섰는데 확진 환자와 단둘이 구급차 뒷자리에 타고 이동해서 공포감이 상당했다. 정신병동 확진 환자 103명을 서울과 부산 충북 등 전국 각지로 이송하는 데 보건소 직원 30여 명이 동승했다.
청도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일선에서 헌신한 의료진의 역할이 컸다. 코로나19 악몽은 2월 19일 보건소와 한 건물을 쓰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첫 확진 환자가 나온 직후부터 시작됐다. 20일에는 같은 병원에서 13명이 감염됐고 이틀째인 21일에는 확진 환자 96명이 한꺼번에 발생해 사흘 만에 누적 확진 환자가 110명을 넘어섰다.
대남병원과 보건소가 있는 병원은 건물 구조가 특이하다. 대남병원과 보건소를 비롯해 요양원인 에덴원과 군립노인요양전문병원까지 한 지붕 아래 같은 건물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사태 초반 건물 전체가 코호트(집단) 격리 조치된 것이다.
이영숙 청도군보건소 감염병관리계장은 “지역 방역 업무를 하면서 같은 건물 내 병원 직원들을 대신해 밀린 행정 업무도 봐야 해서 제대로 퇴근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발생 엿새째인 2월 25일 진단 검사자는 116명에 이르렀다. 보건소 직원들의 업무는 더욱 가중됐다. 직원들은 보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비상근무를 했다. 얇은 매트를 깔고 담요 한 장 덮은 채 새우잠을 청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온수를 담은 물리치료용 찜질팩을 끌어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식사는 빵과 우유로 때우는 일이 많았다. 보건소 직원들은 지역 내 확산세가 누그러진 4월 중순경부터 일상을 되찾았다. 지난달 20일부터는 제한적 업무 재개에 들어갔다. 내과 일반진료와 예방접종 건강진단서 발급 등 간단한 업무만 보고 코로나19 재유행을 우려해 한방 및 치과 진료 운영은 미뤘다. 박미란 보건소장은 “다시 문을 연 날 어르신들이 찾아와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보였다. 의료진뿐만 아니라 모든 주민들의 노력이 깨끗한 청도의 봄을 연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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