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 쿠팡 물류센터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면서 매일 등교하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 이어 교수단체에서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연기하는 등 대입 일정을 재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대학교수협의회는 28일 논평을 내고 “교육당국은 학생의 생명이 우선인지, 수능 일정이 우선인지 명확하게 대답해야 할 때”라며 “수능을 12월 말로 한 달여 연기하고 대입 모든 일정도 한 달 이상 늦춰도 입시 일정 전반에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초·중·고등학생들이 등교한 27일을 기점으로 학교발 코로나19 2차 유행이 현실이 되고 있다”며 “밀폐된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의 교류가 빈번히 이뤄지는 점을 고려하면 최고 수준의 엄격한 방역 대책이 없다면 학교를 중심으로 한 지역사회 확산을 막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이에 앞서 ‘수능 연기론’에 불을 지폈다. 그는 고3 등교 개학을 닷새 앞둔 지난 15일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수능을 최대 한 달 연기 못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등교 수업 운영 방안’을 발표한 자리에서도 “코로나19 위기의 유동성이 남았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며 “대학이 4월1일 개강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은 없고 현재 제도의 틀 안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확산 수준에 따라서 수능이 연기될 가능성은 지금도 열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수능을 연기하자는 주장이 계속 나오는 배경에는 80일 이상 등교가 연기되면서 빡빡해진 고3의 학사 일정이 자리잡고 있다. 등교수업 지연에 따른 재학생과 졸업생의 학습 격차도 여러 차례 문제로 지적됐다.
여기에 부천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가 최근 급격하게 늘어나 28일에만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80명에 달하면서 학생 안전을 위해서는 고3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총확진자 수는 이날 0시 기준, 전날보다 79명 증가했다. 지난 4월5일 81명 이후 53일 만에 최다 수준이다. 특히 신규 확진자 79명 가운데 68명이 지역발생 사례였고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 전문가들은 오는 12월3일로 예정된 수능일을 연기하는 것을 포함해 대입 일정이 조정될 여지는 아직도 남아있다면서도 이에 따른 교육 효과는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수능을 지금보다 2주 정도 연기해도 대학이 3월 개강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며 “예체능 쪽 실기전형 일정이 좀 빡빡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대입 일정을 늦춰도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수능 연기를 비롯한 대입 일정 조정을 반길지는 의문”이라며 “수험생들은 지금 하나의 목표점을 정해 놓고 집중하고 있는데 대입 일정이 계속 흔들린다면 심리적으로 위축될 뿐만 아니라 학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묵 경신고등학교 교사도 “만약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져 고3도 다시 원격수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대입 일정을 2주 정도 늦출 수는 있을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섣불리 대입 일정을 조정하는 것은 치열한 심리 싸움을 하고 있는 학생들을 흔드는 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계속해서 수능 연기를 비롯한 대입 일정을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이 갈수록 확산하면서 한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오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가 된다고 하면 여러 학사일정에 대해서 플랜B라고 얘기하고 있는 비상한 상황에 맞는 대응들이 신속하게 돼야 하겠다”며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 다양한 경우의 수는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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