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안쓰고 밀착해 찬송…코로나 온상된 교회 소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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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2일 10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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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클럽과 부천 쿠팡 물류센터에 이어 교회 소모임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세를 보이고 있어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교회 소모임이 코로나19 확산 주범이 된 이유는 방역수칙 기본을 지키지 않은 탓이 크다. 무엇보다 모임에서 방역관리자를 지정하지 않았고,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방역수칙이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종교 소모임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점, 인구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방역당국의 강력한 조치 외에 종교인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방역당국 “방역관리자 지정 미흡”…5월 이후 확진자 70명 훌쩍, 1명 숨져

2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교회 소모임은 적게는 4~5명, 많게는 1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성경을 공부하거나 성가대 연습을 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신도들이 교회에 모여 정식으로 하는 예배보다 방역 측면에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친분이 있는 목사와 신도들이 삼삼오오 모여 종교 활동을 펼친다는 점에서 마스크 착용, 방역관리자 지정 같은 방역수칙은 거의 지키지고 있지 않다는 게 방역당국 판단이다. 종교 활동 중 찬송가를 부를 경우 코로나19가 확산할 위험은 매우 높아진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상태로 비말(침방울)에 노출되면 감염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교회 소모임이 얼마나 많은지는 파악조차 힘들다. 이에 따라 방역당국은 종교시설을 비롯한 소모임에서 방역관리자가 취해야 할 행동요령을 담은 세부수칙을 시급히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교회 소모임에서) 마스크 착용 또는 식사 제공, 위험한 행동이 있었는지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며 “소모임에는 친밀한 사람이 많아 방심하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 우려대로 교회 소모임을 통한 코로나19 확산세는 위험수위에 다다르고 있다. 5월 이후 교회 소모임에서 발생한 감염자 수는 1일 오후 5시 기준 75명에 달한다. 감염자 접촉자에 의한 추가 확진 사례가 계속 나오고 있어 누적 확진자 수는 조만간 1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인천 50대 여성 목사가 참여한 성경모임을 통해 감염된 누적 확진자 수가 20명을 넘어섰다. 군포와 안양시 목회자 모임 관련해서도 9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서울 양천구 은혜감리교회가 중심인 원어성경연구회 모임에선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그중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

교회 소모임에 고령 층이 참여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급기야 지난 24일에는 남양주 화도우리교회 신도인 70대 남성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졌다. 사망자는 원어성경연구회 사례로 분류되고 있다.

곽진 중앙방역대책본부 환자관리반장은 “사망자는 70대 남성으로 5월 16일 증상이 발생했고, 20일 확진 후 24일 치료 중 사망했다”며 “원어성경연구회 관련 80대 여성도 위중한 상태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정조치 운을 뗀 방역당국…확진자 계속 나오면 고위험시설 지정 가능성도

종교 소모임은 참석자 명부 작성이 미흡하고 전국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 방역 범위가 너무 넓어 행정력이 미치기 어렵다. 소모임을 일일이 점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현재로서는 개신교 차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방역수칙만 지키면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천명이 참석하는 대형교회 정기예배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방역관리자를 지정하고 2m 이상 거리두기, 손 씻기, 발열 체크 등 기본적인 방역수칙을 준수한 덕분이다.

앞으로 교회 소모임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발생하면 종교 시설이 고위험 시설로 분류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기 어렵다. 현재 종교시설은 중위험시설로 분류돼 있다.

정은경 본부장은 “만약에 종교시설을 통한 유행이 지속적으로 확산하고 자발적인 방역지침 준수가 어려우면 행정 조치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확산 속도에 따라 종교시설이 고위험 시설로 분류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방역당국은 2일 오후 6시부터 전국 8개 고위험군 시설의 해당 사업장을 대상으로 운영자제를 권고한다. 고위험 시설 8종은 Δ헌팅포차 Δ감성주점 Δ유흥주점 Δ콜라텍 Δ단란주점 Δ노래연습장 Δ실내 스탠딩 공연장 Δ줌바·태보·스피닝 등 실내 집단운동시설이다. 여기에 교회가 포함되면 고위험 시설은 9종으로 늘어나게 된다.

고위험 시설은 불가피하게 운영하는 경우 소독, 간격 유지, 마스크 착용, 방문자 명단 작성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이를 어기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설 사업주나 이용자에게 벌금 300만원 이하를 부과하고,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 시설 관리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의무를 부여한 점이 눈에 띈다.

방역당국이 교회 소모임을 통한 확산세를 막기 위해 제안한 것은 비대면 예배다. 이를 위해 온라인 예배 지원 시스템도 제공 중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새로운 방식의 예배를 제안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종교 행사나 집회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말하는 것은 신앙을 꺾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코로나19로부터 가족과 이웃을 보호하는 방법”이라며 “새로운 예배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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