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업가에 3000만원 받은 혐의
법원 "알선수재 혐의 알기 어려워"
"사업가가 보험금 명목으로 준 것"
결심공판 때 검찰은 2년6개월 구형
이제학 "돈을 요구·알선한 적 없어"
지역사업가로부터 수천만원을 받고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는 이제학 전 양천구청장에게 1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했다.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이 전 구청장의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신 부장판사는 “제시된 증거들만으로는 지역사업가가 알선에 따라 피고인에게 금품을 요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업가가 알선의 대가로 금품을 교부하겠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사가 제시한 증거들만으로 피고인 역시 같은 의사를 가지고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역사업가가 이 전 구청장에게 교부한 3000만원에 대해서는 “현안에 대해 청탁을 한다는 의사를 가지고 있었다기 보다는 자신과 정치적 성향이 다른 피고인 측으로 인해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보험금 명목으로 피고인에게 금품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고발인도 법정에서 돈의 성격을 당선축하금으로 파악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면서 “지역사업가와 이 전 구청장이 지난 2014년 9월께 나눈 대화를 보더라도 이 전 구청장이 현재 양천구청장인 배우자나 같이 근무했던 공무원에게 사안을 전달할 것인지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당시 지역사업가가 이 전 구청장에 전달한 금품이 마트 입점 등 사업 편의를 위한 대가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마트 입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현안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결심공판에서 “전직 구청장이자 현 구청장의 남편이 관내 유력 사업가로부터 편의 제공을 부탁받으면서 금품을 받았다”면서 “무허가 건물 철거 관련 등 현안이 있었다. (이 전 구청장도) 충분히 알선 명목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면서 법원에 징역 2년6개월에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구청장은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구속된 후 정말 반성하고, 후회하고, 자책하고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자학도 했다”면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결코 돈을 요구하지 않았고 알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구청장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자신의 부인인 김수영 현 양천구청장이 당선된 이후 지역사업가 A씨에게 마트 입점 등과 관련한 사업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이 전 구청장을 구속기소했다.
이 전 구청장은 2010년 양천구청장에 당선됐지만, 그 다음해 당선무효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이 전 구청장을 고발하면서 시작됐는데, 이 시민단체는 당시 김 구청장에 대해서도 직권남용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함께 고발했다.
김 구청장과 관련해 검찰은 지난해 11월 양천구청을 압수수색하기도 했고, 고발을 진행한 시민단체는 지난 2월부터 오는 6월까지 김 구청장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 요청을 받고 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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