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자택서 극단적 선택 한듯… 현장서 유서는 발견 안돼
2004년부터 할머니들 돌봐… 정의연 “최근 압수수색후 힘들어해”
검찰 “신속한 진상규명 더욱 노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쉼터인 서울 마포구의 ‘평화의 우리집’ A 소장(60·여)이 6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7일 부고 성명을 내고 “지난달 21일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A 씨를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문을 냈다.
○ 정의연, “쉼터 압수수색 후 힘들어했다”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6일 오후 10시 30분경 A 씨가 경기 파주시에 있는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정의연 동료였던 B 씨가 “A 씨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경기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잠긴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화장실에서 숨진 A 씨를 발견했다. 아파트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A 씨가 이날 오전 11시경 홀로 귀가하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고 한다. A 씨는 이 아파트에서 홀로 거주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 등 타살 혐의점이 없어 A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 씨 자택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유족과 협의해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할 계획이다. 휴대전화는 비밀번호로 잠긴 상태였으며,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PC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2004년 5월경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정대협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할머니 쉼터를 마련하면서 쉼터에서 숙식하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를 돌볼 사회복지사로 A 씨를 채용했다고 한다. 2012년 쉼터가 마포로 옮긴 이후 A 씨는 쉼터에 거주하며 길원옥, 고 이순덕 김복동 할머니 등을 돌봤다. A 씨 소식을 접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2)는 참담한 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할머니의 측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A 씨가 이 할머니에게 늘 웃으며 반기고 살갑게 잘했다. 할머니도 심정이 참담하다”고 전했다.
정의연 측은 A 씨의 극단적 선택 동기로 검찰 수사를 지목했다. 이나영 정의연 이사장은 7일 오후 마포 쉼터에서 발표한 부고 성명에서 “(고인이) 검찰의 급작스러운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B 씨도 경찰에서 “A 씨가 마포 쉼터 압수수색으로 최근 힘들어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검찰,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규명”
정의연의 기부금 유용 의혹 등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애도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A 씨가 검찰 수사로 힘들어했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은 하루 동안 세 차례나 입장문을 공개하며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검찰은 이날 오전 10시 10분경 “정의연 고발 등 사건과 관련해 고인을 조사한 사실도 없었고, 조사를 위한 출석 요구를 한 사실도 없다. 갑작스러운 소식에 검찰도 그 경위를 확인 중이다”라는 첫 입장문을 냈다. 10분 뒤엔 “흔들림 없이 신속한 진상 규명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오후 정의연 이 이사장이 부고 성명을 발표하자 재차 입장문을 냈다. 검찰은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하던 날 고인이 마포 쉼터에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압수수색 당시 집행 관련 협의 등은 변호인과만 이루어졌고, 협의에 따라 지하실에서 실제 압수수색을 할 당시 고인은 그곳에 없었던 것으로 수사팀은 알고 있다”고 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정의연과 정대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다음 날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정의연은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당시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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