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세대의 절망]수년째 누적돼온 취업난에 고용 한파 엎친데 덮친 격
기업들 신입보다 경력 채용 늘려… 노동시장 첫 진입 갈수록 불리해져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치기 전만 해도 국내 고용시장은 완만한 성장세였다. 청년 일자리도 마찬가지. 그해 4월 20대 고용률은 64.4%였다. 전년도 같은 달 대비 0.6%포인트 증가했다. 1980년대에 미치진 못했지만 취업시장에서 선택의 폭도 넓었다.
하지만 이듬해 외환위기 여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고용률은 급락했다. 1998년 4월 20대 고용률은 전년 대비 6.5%포인트 감소한 57.9%를 기록했다. 감소 폭이 4%포인트대에 그친 다른 세대에 비해 유난히 충격이 컸다. 20대 고용률은 1999년 2월 55.1%까지 내려갔다. 당시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신규 채용도 대폭 줄였다. 입사시험에 합격한 뒤 출근 날짜를 기다리다가 취소된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대학 졸업 후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이른바 ‘고학력 백수’가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도 이때다.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휴학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청년도 많았다. 당시 큰 폭으로 하락한 20대 고용률은 2000년대 들어 벤처기업이 등장하면서 60%대 초반으로 회복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지는 못했다. 이른바 ‘잃어버린 세대’의 첫 등장이다.
약 10년 후인 2008∼2009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20대 고용률은 다시 50%대로 떨어졌다. 다른 세대의 경우 2009년 하반기부터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청년 취업 시장에는 이듬해까지 충격이 계속됐다.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청년 취업이 앞서 두 차례 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를 통해 청년층을 덮친 코로나19 고용 충격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수년째 청년 취업난이 누적된 점을 우려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외환위기 세대인 1997년과 1998년 대졸자는 졸업 후 약 6년이 지난 뒤 직전 졸업자의 임금수준을 따라잡은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코로나 세대’는 기존 세대와의 격차를 해소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 영향으로 기업들로선 신규 채용보다 경력직 채용을 늘리려는 경향이 더 강해질 것”이라며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하고자 하는 청년들에겐 더욱 불리한 여건”이라고 말했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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