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 중 알게 된 군사기밀을 누설하면 징역형에 처하도록 한 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군사기밀은 국가 안전과 연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결코 과한 처벌이 아니라는 취지다.
헌재는 A씨가 군사기밀 보호법 13조 1항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8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4년 해군의 협력팀장으로 근무하며 잠수함 설계 등 사업 관리를 지원하고 해군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러던 중 A씨는 B사 관계자로부터 ‘축전지를 개발하려는데 잠수함의 요구사항을 보여달라’는 요청을 받아 군사3급 비밀문서를 보여주고 일부 내용을 수첩에 적게 했다.
군사기밀 누설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위 법 조항이 책임에 비해 과한 형벌을 부과한다고 주장했다. 또 위 법 조항에서 규정하는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의 의미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이에 헌재는 군사기밀은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위 법 조항을 어기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한 것은 과하지 않다고 봤다.
헌재는 “군사기밀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서 그 내용이 누설되면 국익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라며 “군사기밀의 보호를 통해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고자 하는 위 법 조항의 보호법익은 중대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것 자체로 보안을 유지해야 할 책무를 지닌다”면서 “벌금형으로 처벌해서는 군사기밀 누설 행위를 예방하기에는 미흡하다는 형사 정책적 고려를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헌재는 A씨의 주장처럼 법 조항의 문구나 기준을 세세히 규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특정하게 되면 다른 상황에 대처하기 힘들다고 봤다.
헌재는 “군 조직 구조의 변화, 기술의 발전 등으로 새로운 형태의 업무가 나타날 수 있다”라며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것은 수집·열람·가공 등의 행위가 모두 포함될 수 있어 업무의 내용이나 유형을 구체적으로 특정한다면 경우에 따라 필요한 규제를 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위 법 조항 중 ‘업무상 군사기밀을 취급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은 다소 규범적 개념으로 규정됐다”면서 “그렇다더라도 구체적 내용은 군사기밀을 보호해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하고자 하는 입법 목적을 고려해 법관이 해석·적용함으로써 보완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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