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됐다고는 하는데 그동안은 집하고 학원만 왔다갔다해서 실감이 안 났거든요. 처음으로 교복을 입고 학교에 오니까 이제야 초등학생을 벗어난 기분이에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6학년이 마지막으로 등교 개학을 맞은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중학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면서 신학기 시작 이후 99일 만에야 처음으로 등교한 새내기 중학생 백서현양(13)이 웃으면서 말했다.
백양은 “코로나19가 아직 끝난 게 아니라서 아빠는 가정학습을 신청하고 집에서 수업을 들어도 된다고 했는데 친구들이랑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내가 가겠다고 했다”며 “날씨가 더워서 답답하겠지만 다 같이 마스크를 잘 쓰고 손도 잘 씻어서 코로나19를 예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지난 6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생활방역 기준인 50명을 상회했고 특히 수도권은 집단감염이 지속해서 발생해 우려를 낳았지만,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교사들도 감염병 위험을 무릅쓰고 학교에 나온 제자들을 밝은 얼굴로 맞았다.
이춘섭 교사는 “2·3학년 선배들에 이어 새내기들까지 오늘 등교하는 걸 보니 비로소 학교가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며 “아직 초등학생티를 다 벗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씩씩하게 등교하는 걸 보니 안쓰러우면서도 대견하다”고 말했다.
이날 등굣길에는 중계중학교 비교과·보직 교사들이 총동원됐다. 저마다 학생들의 입학을 축하한다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교사들은 역할을 나눠 학생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손 소독을 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학생들도 교사들의 지도에 따라 1m 간격을 유지하면서 질서 있게 각자 교실을 찾아갔다.
1학년 박진빈군(13)은 “1명이라도 방심하거나 실수하면 집단감염이 발생해서 다들 아플 수 있으니까 나부터 방역수칙을 잘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마스크가 젖으면 바로 다른 것으로 바꿔 쓰고 쉬는 시간마다 손도 씻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학교 내 방역수칙이 최근 들어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중계중학교 신입생들은 교사의 지도를 따르면서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른 학생들이 붙어서 장난치는 모습을 보고서 “거리두기 해야 해”라며 따끔하게 충고하는 학생도 있었다.
신입생 정모양(13)은 “지난 3월9일에 교과서를 받으려고 학교에 한 번 나온 적이 있었다”며 “이후로 이렇게 오랫동안 학교에 못 오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학교에 안 오는 게 좋기도 했는데 온라인 수업만 듣다 보니까 너무 허전했다”며 “학교가 얼마나 소중한 곳인지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처음으로 학생들이 모인 교실은 어색함이 감돌기도 했다. 같은 반 친구들과 처음 만난 학생들은 수줍게 서로 인사를 건넸다.
1학년7반 담임교사는 교실에서 출석을 부르고서 “드디어 우리가 이렇게 한자리에서 만나게 됐다”며 “앞으로는 서로 헤어지는 일 없이 계속 교실에서 즐겁게 수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학년 이모군(13)은 “아직 반에서 아는 친구가 2명밖에 없어서 좀 떨린다”며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너무 늦게 나와서 친해질 시간이 없었는데 이제부터는 친구를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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