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를 피할까? 코로나를 피할까? 취약계층 여름나기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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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6월 8일 14시 53분


서울 돈의동 쪽방촌 골목. © News1
서울 돈의동 쪽방촌 골목. © News1
8일 서울 돈의동 쪽방촌에서 만난 박모씨(66)는 올해 여름이 유독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올해는 날이 더 더울 것이라고 하는데 걱정이다. 평소에도 몸이 온전치 않은데 더위와 코로나 모두 잘 이겨낼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올해는 평년보다 폭염과 열대야가 잦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상청은 올 여름철 기온이 평년(23.6도)과 지난해(24.1도)보다 각각 0.5~1도 올라간다고 밝혔다. 폭염일수도 20~25일로 지난해 13.3일보다 많고, 열대야일수 또한 12~17일로 지난해 10.5일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로 폭염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4일 대구·경북과 전북 지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됐으며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경기와 강원, 충남, 충북, 전북, 경북 일부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9일에는 올해 처음으로 서울에도 폭염주의보가 발효될 예정이다.

문제는 폭염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취약계층이 겹친다는 접이다. 앞서 찾았던 쪽방촌에는 두 재난의 공통적으로 취약한 고령층과 기저질환자가 상당수 거주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은 폭염에 매우 취약하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총 1841명으로 이중 65세 이상 고령층은 25.6%(472명)에 달했다.

기록적인 폭염을 기록했던 2018년 사례를 보면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층이 폭염에 얼마나 취약한지 더 쉽게 알 수 있다.

2018년에는 폭염으로 모두 48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65세 이상이 71%(34명)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망자 중 70대가 10명, 80세 이상이 22명으로 고령자에서의 사망이 많았다. 고령이면서 지병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사망사례 중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정신질환 등 이미 다른 질환을 앓고 있던 사례가 60.4%(29명)나 됐다.

이는 코로나19도 마찬가지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8일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감염 사망자는 273명으로 이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가 80대(133명·48.72%)다. 그 다음으로는 70대가 81명(29.67%), 60대가 39명(14.29%)다.

무더위가 예고된 올해 고령층과 취약계층은 코로나19에다 폭염까지 이중고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질본은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야외활동 자제를 권고하는데 쪽방촌의 경우는 한낮의 방안이 야외보다 위험하다.

그러나 이들을 위해 뾰족한 수가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단체가 모여 에어컨을 틀고 자는 무더위 쉼터는 올해부터는 코로나19 때문에 폭염 대책이 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는 무더위 쉼터 운영을 중단한 상태며. 각 동별로는 경로당 문을 닫은 지역도 상당수다.

서울시는 취약계층을 상대로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사업을 확대하려고 하지만 모든 취약계층에게 이 사업을 적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모든 취약계층에게 혜택을 주지 못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지난해 부터 일부 지자체에서는 동사무소를 통해 소형 에어컨을 대여하는 방안도 도입했으나 에어컨 사업 모두 취약계층에게는 비싼 전기료라는 현실적인 문제점이 있어 적절한 대응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정부가 취약계층을 위한 한시적인 별도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도 제안하고 있으나 이 역시 아이디어 차원에 불과해 정부가 보다 실효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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