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신라젠과 유시민·노무현재단, 관련 없어”…수사종결

  • 뉴시스
  • 입력 2020년 6월 8일 15시 06분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인정 어려워"
"정보 생성된 시기보다 더 빨리 매각"
정·관계 로비 의혹도 실체 확인 못 해

검찰이 문은상(54) 대표 등 신라젠 전·현직 경영진이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다거나 정·관계 로비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거나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검사 서정식)는 8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검 2층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스닥 상장사 신라젠 경영진 등 비리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검찰은 “문 대표 등 신라젠 전·현 경영진의 악재성 미공개정보 이용 의혹은 주식매각시기, 미공개정보 생성시점 등에 비춰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언론에서 제기된 신라젠과 관련된 정·관계 로비 의혹은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정식 부장검사는 문 대표 등이 악재성 미공개정보를 이용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배경으로 주식거래 시점을 들었다.

서 부장검사는 “악재성 미공개정보가 생산된 시점은 2019년 3월로 보인다”면서 “그런데 문 대표 등 임직원이 신라젠 주식을 매각한 시점은 2017년 12월부터 2018년 초”라고 밝혔다. 악재성 미공개정보가 생기기 전에 이미 이들이 주식을 매각했다는 것이다.

악재성 미공개정보 생성 시점을 2019년 3월로 잡은 것에 대해 서 부장검사는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보면, (그 당시) 신라젠 측에서 3상 임상시험 결과의 판단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미국 식약청(FDA) 등의 위원회가 정한 기준에 위배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었다”며 “아마 미국 측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는 그런 내용을 전반적으로 봤다”고 전했다.

또한 검찰은 일부 언론과 보수 유튜버 등을 통해 신라젠이 문재인정부 들어 큰 폭의 주가 상승을 이뤘다며 제기된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실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정 언론사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를 상대로 신라젠 의혹을 취재하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강요했다는 의혹을 받으면서 논란이 됐는데, 검찰은 이번 수사결과 발표를 통해 신라젠의 정·관계 로비 가능성에 선을 그은 것이다.

서 부장검사는 “유시민(노무현재단 이사장)씨나 노무현재단과 관련해 신라젠과 관련된 계좌를 전반적으로 봤지만, 관련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노무현재단과 유시민씨 계좌를 직접 들여다본 게 아니고 신라젠 관련 계좌를 분석하면서 이들과의 계좌 흐름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소환조사도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검찰은 문 대표 등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기소 이유를 전했다.
검찰은 신라젠의 불공정거래 사건을 수사한 결과,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문 대표와 이용한(55) 전 신라젠 대표이사, 곽병학(55) 전 감사, 신라젠 전략기획센터장 전무 A(48)씨 등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 등은 자기자본 없이 자금 돌리기 방식으로 350억원 상당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대금을 신라젠에 납입하고 즉시 인출하는 방식으로 1천만주 상당의 신주인수권을 교부받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이를 통해 이들은 1918억원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적인 BW 발행구조를 제안하고 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페이퍼컴퍼니 크레스트파트너 조모(65) 대표와 동부증권 임원진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어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을 적용해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구속기소된 A전무에 대해서는 미공개정보를 활용해 주식을 거래한 혐의가 있다고 봤다.

A전무는 지난해 8월 신라젠에서 개발 중인 항암치료제 펙사벡의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의 무용성 평가 결과가 좋지 않다는 악재성 정보를 취득, 이후 보유하고 있던 신라젠 주식 16만7777주를 88억원에 팔아 64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는다.

문 대표와 이 전 대표, 곽 전 감사 등은 신라젠 창립자인 황태호(57) 전 대표이사와 함께 특정 대학교 산학협력단으로부터 특허권을 매수하면서 중간에 다른 회사 B를 끼워넣어 매수대금을 7000만원에서 30억원으로 부풀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도 받는다. 황 전 대표이사는 해당 혐의로 지난달 29일 불구속 기소됐다.

문 대표는 이 외에도 지난 2015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지인 5명에게 부풀린 수량의 스톡옵션 46만주를 부여한 후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신주 매각대금 중 총 38억원을 현금 등으로 돌려 받은 혐의도 있다. 이 중 11만주의 스톡옵션은 행사를 포기해 미수에 그치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문 대표 등에 대해 추징보전 조치를 해 고가 주택, 주식 등 1354억원 상당의 재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신라젠 사건의 주요 부분에 대한 수사는 종결했다”면서 “투기자본감시센터 고발사건 등 나머지 부분은 통상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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