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4시 서울 구로구의 중국동포교회 앞. 임시로 차려진 선별진료소에 줄을 서있던 한 중국동포는 무척 초조해보였다. 이 교회 교인인 그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으려고 한참을 기다렸다”고 했다. 그 뒤로도 50여 명이 늘어섰고, 줄은 교회 밖 30m 너머까지 이어졌다.
이날 교회 주변은 코로나19로 발칵 뒤집어졌다. 이 교회의 중국동포 체류시설(쉼터)에 머물던 A 씨(64)가 집단감염이 발생한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 다녀온 뒤 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다음날 8일엔 같은 쉼터 거주자 8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 교회는 33명이 함께 먹고 자는데다, 150여 명이 예배에 참석해 코로나19 전파 우려가 크다.
● “중국동포 33명, 침실·식당 같이 쓰며 공동생활”
방역당국에 따르면 중국동포 33명은 건물 4층에 있는 쉼터에서 함께 거주해왔다. 4층에는 30평 남짓한 방 두 개가 있는데, 남녀 거주자들이 각각 하나씩 이용했다. 이들은 주로 건물 1층에 있는 단체급식소에서 함께 식사를 했으며, 엘리베이터 1대로 건물을 오르내렸다고 한다.
6층 규모인 교회 건물은 1층 급식소와 4층 쉼터를 비롯해 3층엔 쉼터를 운영하는 단체 사무실이 있다. 5층에는 교회 예배당이 있으며 2층과 5층은 비어있다. 구 관계자는 “거주자는 대부분 6~70대로 외부활동이 없을 땐 거의 쉼터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이 교회 담임목사를 지냈던 B 씨는 “한국에 있는 중국동포 가운데 주로 직장이 없거나 ”이 아파 오갈 데 없는 이들이 무료로 지낼 수 있게 해줘왔다“고 설명했다.
방역당국은 7일 확진된 A 씨가 또 다른 쉼터 거주자들에게 코로나19를 전파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A 씨는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리치웨이’를 찾아가 상품 판매와 관련한 강의를 들었다. 리치웨이 관련 확진자는 8일 기준 60명이 넘는다. 당국은 이달 3일 ”A 씨의 방문을 확인하고 자가 격리를 안내했다“며 ”하지만 A 씨는 사실상 쉼터의 거의 모든 거주자들과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함께 예배한 중국동포 150여 명도 추적“
7, 8일 확진된 중국동포들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7일 같은 건물에서 예배당에서 함께 예배를 했다. 방역당국은 ”이들을 포함한 교인 150여 명이 2~3시간 가까이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했다“고 했다. 예배당은 279㎡(약 80평) 크기다.
참석자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착용했고 예배당에서 서로 약 2m씩 거리를 두고 앉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구로구 관계자는 ”두 차례 예배에 참석했던 교인의 명단이 거의 겹친다“며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예배에 참석한 교인 모두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확진자 9명을 제외한 쉼터 거주자 24명과 목사 및 운영진 등 3명은 8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앞서 당국은 A 씨가 확진된 뒤 나머지 35명 전원을 진단 검사했다. 구로구 관계자는 ”확진자와 예배를 함께 본 교인 일부도 진단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중국동포교회 반경 1.5㎞ 안에는 초중고교 11곳이 있다. 교회 건물은 서울 지하철 7호선 남구로역에서 직선거리로 1㎞,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선 1.5㎞ 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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