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4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 22대 회장으로 선출된 장제국 동서대 총장(56)은 사립대의 현 상황을 ‘설상가상(雪上加霜)’이라고 표현했다. 장 회장은 5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학령인구 급감, 등록금 동결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천재지변까지 덮쳤다. 대학이 너무 어려운 때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해 고교 3학년 수험생이 전년보다 6만 명이나 줄었는데 등록금은 12년간 동결돼 재정 면에서 사립대는 사실상 ‘중증 환자’라고 호소했다.
사총협은 전국 153개의 4년제 사립대가 모두 가입한 거대 협의체다. 대학의 이익뿐 아니라 고등교육의 발전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역할도 맡는다. 회장 임기는 2년이다. 장 회장은 4월 사총협과 교육부를 중심으로 발족된 ‘고등교육재정위원회’의 역할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재정난으로 대학 교육의 질이 떨어지면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인재를 육성하는 대학을 위해 정부 투자가 보다 강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총협은 법정 한도 내에서의 등록금 인상,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사학 지원 관련법 제정 등을 요청한 상태다. 그는 요구가 관철되도록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러면서도 “우리 대학이 글로벌 경쟁 시대에 앞서가기 위해선 보다 유연하고 자율적인 환경이 필요하다. 구조조정, 특성화 전략 수립, 평가 등에서 각 대학이 가장 합리적인 변화를 주도할 수 있도록 사회 각계각층의 지원과 협력을 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학 스스로의 노력도 강조했다. 특히 코로나19가 부른 위기 속에서도 ‘희망의 빛’을 찾자고 제안했다. 우선 비대면 교육에 따른 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해선 “갑작스러운 위기에 초기 대응에 미숙한 점이 있었지만 각 대학마다 서버 증설, 동영상 강좌 다각화 등 최선을 다하고 있다. 모두 처음 겪는 일이라 불만의 목소리도 이해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힘을 합쳐 상생하는 방법을 고민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장 회장은 “대학은 현재의 고비용 체제를 과감하게 개혁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건물 투자 등 하드웨어에 쏟던 비용을 줄여 강의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투자를 해야 살아남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K고등교육모델’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었다. 그는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학은 온라인 강의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장점을 잘 융합하면 몸집이 작으면서도 교육수준이 높은 새로운 대학 모델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수한 방역 시스템처럼 수준 높은 K고등교육모델을 만들 절호의 기회다. 미국의 미네르바스쿨에 버금가는 미래형 대학 모델을 우리 손으로 만들자”고 했다. 201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미네르바스쿨은 전통적 개념의 캠퍼스가 없다. 화상강의 시스템을 통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수업하는 미래형 대학 모델로 강의 수준이 매우 뛰어나 하버드대 등 세계 유수의 대학만큼 입학 경쟁이 치열하다.
장 회장은 총장으로 재직 중인 동서대에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태스크포스(TF)팀을 발족했다. 그는 “기존의 관념을 깨부수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끌어모으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앞서 3월엔 학문 간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융합이 가능한 ‘Q 칼리지’를 출범해 새 교육 모델을 실험 중이다. 동서대는 영화영상, 정보기술, 디자인, 디지털 콘텐츠 등 특성화 분야의 경쟁력을 발판으로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521억 원 규모의 다양한 정부 사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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