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비롯한 중부지역에 올해 첫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때 이른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학교에서 온종일 마스크를 써야 하는 학생과 교사들이 신음하고 있다.
교육부는 더위 때문에 마스크 착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 안전수칙을 지키면서 ‘페이스 쉴드’(Face shield·안면 보호대)를 대신 착용해도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를 기해 서울 동남·동북권과 경기·충남·충북·전남·전북·경북·강원 일부 지역, 세종, 대구, 대전 등에서 폭염주의보가 발효된다. 서울 등 중부지역은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것으로 상당수 지역이 올해 낮 최고기온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찜통더위가 본격화하면서 방역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는 학교 현장은 비상이 걸렸다.
교육부 지침에 따르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은 교실과 복도 등 실내공간에서 보건용·수술용·비말차단용·면마스크 등 가운데 하나를 골라 상시 착용해야 한다.
예외 규정을 둬 머리가 아프거나 숨이 차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잠시 벗도록 허용했지만, ‘역대급’ 더위가 예고된 올여름 마스크 착용으로 인한 이상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과 교직원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지만, 바람 세기를 낮춰서 사용하도록 권고한 데다 매시간 환기를 하고 있어 더위를 쫓는 데는 한계가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A교사는 “1교시 수업만 마쳐도 벌써 마스크가 다 젖을 지경”이라며 “하루에 3~4시간 정도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하면 퇴근해서도 어지럼증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한 고등학교 3학년 B양(18)은 “한 번은 선생님이 수업 중간에 갑자기 복도에 나가시더니 마스크를 벗고 심호흡을 하셨다”며 “날씨가 계속 더워질 텐데 마스크를 쓰고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수업 시간을 제외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의 마스크 착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영등포구 한 고등학교의 C교사는 “등교할 때는 다들 잘 쓰지만 점심시간이 지나면 다 턱 밑까지 내려와 있다”며 “교사들이 수시로 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있지만 수업 시간이 아니면 지도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교원단체에서는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 덴탈 마스크를 즉각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지난 2일 성명을 내고 “교사들은 두통과 호흡곤란은 물론이고 수업 관련 의사소통도 힘들다는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며 “여름철 대면수업에 필요한 덴탈 마스크 등을 교육부가 즉각 지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엄민용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도 “무더위 속에서 방역용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교육부 차원에서 덴탈 마스크나 비말 차단용 마스크 등을 학교 현장에 직접 제공하는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보건용 마스크와 비교해 가볍고 얇은 덴탈 마스크를 학교에서 활용할 것을 권고하는 한편 학교에서 안전수칙을 지킬 수 있는 경우 페이스 쉴드를 대신 사용해도 괜찮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안전거리를 1m 이상 유지할 수 있고 수시로 소독을 한다면 마스크 대신 페이스 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교육청 차원에서 페이스 쉴드를 일선 학교에 보급하기도 했다. 경상북도교육청은 경상북도 감염병관리지원단 자문을 거쳐 지난 5월 예비비 15억원을 편성해 일선 학교 교사들에게 페이스 쉴드를 지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