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정신질환을 앓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더라도 보험사는 그 유족에게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울산지법 제14민사단독(판사 진현지)은 A씨의 유족 2명이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고 9일 밝혔다.
법원은 유족 2명에게 총 1억2000만원과 그에 대한 12%의 법적 지연이자를 지급할 것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경남 양산시의 다리 위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10여m 아래 강바닥으로 추락해 척추와 머리 등을 크게 다쳐 40여 일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
이후 척추에 영구 장애를 얻게 된 A씨는 심한 무력감과 우울증, 불면증 등을 호소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들은 A씨가 교통사고로 인해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을 얻게 됐고, 이로 인해 고통에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 선택을 했다며 상해의 직접 결과로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약관을 근거로 소송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A씨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보험금 면책 요건에 해당하는 ‘피보험자의 고의’에 기인한 사고라고 맞섰다.
이에 대해 법원은 교통사고와 A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극단적 선택을 보험자의 면책사유로 규정하는 경우는 자기의 생명을 끊는다는 것을 의식하고, 그것을 목적으로 행동했을 때 해당한다”며 “피보험자가 정신질환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의 증상은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반응성 우울장애로 정신질환에 해당하는 점, 교통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우울증상으로 인한 심신상실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우발적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면 교통사고와 망인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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