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일가족 참변’ 어린 아들 마지막 순간까지 몸부림친 듯

  • 뉴스1
  • 입력 2020년 6월 9일 14시 49분


지난 7일 오전 5시51분께 강원 원주시 문막읍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일가족 3명이 숨졌다. 부부는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돼 6층에서 뛰어내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들은 아파트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0.6.8/뉴스1 © News1
지난 7일 오전 5시51분께 강원 원주시 문막읍의 한 아파트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일가족 3명이 숨졌다. 부부는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돼 6층에서 뛰어내려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아들은 아파트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2020.6.8/뉴스1 © News1
최근 원주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와 아들 등 일가족 3명이 사망한 폭발사고는 사실상 강력범죄에 준하는 사건이다. 9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당시 아들은 흉기를 가진 아버지에 저항한 것으로 보이고 아내는 남편에 의해 6층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7일 오전 5시20분쯤 A씨(42)가 유류용기로 추정되는 물건을 들고 아파트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CCTV에 잡혔다. 인화성물질 2통(20L 1통, 5L 1통)을 집안에 들여놓은 것이다.

당시 집 안엔 유증기가 가득했다. 약 30분 후 A씨가 불을 붙이는 순간 6층 집 안에서 ‘펑’하고 폭발이 일어났다.

폭발력은 대단했다. 베란다 난간은 폭발 당시 충격으로 인해 거의 떨어져 나가 끝부분만 겨우 매달려 있었다. 불은 아파트 내부 112㎡ 중 33㎡ 등을 태우고 4000만 원의 재산피해를 냈다. 화재경보기가 울리고 스프링클러가 틀어지자 아파트 내부는 물난리를 겪어야 했다.

이 사건으로 그의 아내 B씨(37·여)와 아들 C군(14)이 숨졌고, 남편 A씨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부부는 아파트 화단에서 발견돼 6층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C군은 아파트 작은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C군의 몸에는 흉기로 인해 생긴 3~4곳의 상처가 발견됐다.

충격적인 것은 사건당시 상황이다. 아내는 강제로 아파트 6층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의문은 아내가 남편에 의해 먼저 숨을 거둔 것인지, 숨을 거두진 않았지만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남편에 의해 아래로 떨어져 숨진 것인지 여부다.

결국 아내와 아들의 몸에 남은 자상과 소방관의 목격담이 사건 수사의 방향을 정해줄 결정적인 단서다.

아들은 한밤중에도 깨어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남편 A씨는 자고 있는 아들을 한번에 숨지게 했던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 당시 아들은 자신의 아버지와 몸싸움을 벌이다가 변을 당했을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이는 아들의 손과 팔 등에 찔린 3~4곳의 자상을 미뤄보면 짐작할 수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남편과 함께 추락한 아내 또한 단순히 화재로 사망한 게 아닐 가능성이 있다. 아내의 목과 몸 등에 6~7군데 찔린 흔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폭발 소리에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한 소방관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남편과 눈을 마주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 소방관은 “눈을 마주친 직후 남편은 의식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아내와 함께 6층에서 뛰어내렸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아내가 의식이 있었다면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을텐데 저항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남편의 우발적인 범행이라고 일축했지만 앞뒤 상황을 짚어봤을 때 계획된 범행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아파트는 아내의 명의로 돼 있었다. 남편의 직업은 노동현장 관리인이었고 아내의 직업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단지 둘은 성격차이로 지난 1일부로 이혼한 관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약 3년 전부터 아래층(5층)에 살던 이웃은 “거의 매일 밤 들리는 ‘쿵쿵쿵’ 소리에 잠을 깬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면서 “몇 번이고 항의해봤지만 그때뿐이었다”고 말했다. 수년 간 같은 동에 살았지만 교류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사건 현장은 지어진지 2~3년밖에 안된 새 아파트였다. 웬만한 소음은 방음처리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오래전부터 한밤중 소음이 들릴 정도면 이들의 감정의 골은 꽤나 깊었던 것으로 짐작할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에선 주민들의 안타까운 이야기들만 귓가에 맴돌았다. 가정불화의 비극뿐 아니라 애꿎은 어린 아들까지 숨졌다는 이야기다.

아내와 아들에 대한 최종 부검결과는 보름에서 한 달 정도 후에 나올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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