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지인에 전화…"왔네요, 할머니 트라우마 걱정"
극단선택 전 "털어갈게 뭐 있다고…죽고싶다" 호소
검찰 "집행 협의 변호사와…고인 유무는 확인 못해"
공식입장서 언급 '신원미상 여성'도 소장으로 추정
검찰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마포 쉼터를 압수수색할 당시 소장이 현장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밝힌 가운데, 숨진 소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는 증언이 처음으로 나왔다.
9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쉼터 ‘평화의 우리집’의 고(故) 손모(60)씨의 지인들은 지난달 21일 검찰의 쉼터 압수수색 당시 손씨가 현장에 있었으며, 이로 인한 심리적 압박감과 고통을 수차례 호소했다고 전했다.
압수수색 당시 손씨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는 지인 A씨는 “당시 손씨가 ‘압수수색 왔네요. (길원옥) 할머니가 트라우마가 있어서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오면 놀라시는데 걱정이네요’라고 우려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당시 손씨가 쉼터 현장에 있었으며 길 할머니의 건강을 우려해 지인들에게 이를 알렸다는 설명이다. 길 할머니는 위안부 시절 일본군에게 겪은 정신적 외상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는 상황에 처할 경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압수수색을 할 때 손씨가 현장에 있었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검찰 발표 등으로 인해 규명되지 않았던 당시 손씨의 행방을 처음으로 알린 증언이다.
검찰은 손씨의 부고가 알려진 지난 7일 “압수수색을 하던 날 고인이 마포쉼터에 있었는지 여부는 수사팀이 확인할 수 없다”면서 “다만 집행 관련 협의는 변호인과만 이뤄졌고 협의에 따라 지하실에서 실제 압수수색을 할 당시 고인은 그곳에 없었던 것으로 수사팀은 알고 있다”고 입장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지인들의 말을 종합하면 검찰이 압수수색을 위해 방문할 당시 쉼터에는 3명(손씨와 길 할머니, 영양관리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변호사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관계자들이 쉼터에 도착한 후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손씨는 압수수색이 진행된 쉼터 지하층에는 내려가지 않았으나 같은 건물 1층 혹은 2층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지인은 “손씨가 당시 ‘할머니랑 나만 있는데 털어갈 게 뭐가 있다고’라며 정신적 부담감을 호소했다”며 “이후 돌아가시기 전까지 ‘검찰과 언론이 쉼터를 마치 범죄소굴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죽고 싶은 심정’이라며 수 차례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떠올렸다.
따라서 이날 검찰이 발표한 뉴시스 보도(뉴시스 2020년 6월9일자 ‘[단독]마포쉼터 소장, 사망전 ’검찰수사관 이름‘ 메모 남겼다’ 참조) 관련 입장문에 등장하는 ‘신원미상의 여성’은 손씨일 가능성이 높다.
입장문에서 검찰은 “압수수색 당시 서울서부지검 수사관이 대문 너머로 쉼터 마당에 있던 여성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하니 그 여성이 변호인이 올 때까지 열어줄 수 없다고 했다”며 “해당 수사관이 자신의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며 변호인에게 전달해달라고 했고 그 여성이 고인(故人)인지는 수사팀으로서는 알 수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오후께 한차례 더 공식입장을 통해 “수사팀은 고인과 연락하거나 접촉한 적이 2번 있었다”며 “이외에는 일체 연락을 하거나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달 21일 마포 쉼터에서 마주친 여성이 고인이었을 수도 있으나 수사팀이 이에 대해 정확히는 알 수 없다”며 “또 (이달 5일) 안성 쉼터 압수수색 당시 한 차례 통화해 압수수색 참여 의사를 문의했으나 안성 쉼터는 자신이 관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을 조사한 적도, 조사를 위해 출석요구를 한 사실도 전혀 없음을 다시 한번 명백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앞서 뉴시스 취재에 의하면 손씨 유품 중에서는 마포 쉼터 ‘OOO 수사관 010-xxxx-xxxx’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됐다. 이 글은 손씨의 필체로 쓰여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수사관은 정의기억연대 기부금 의혹 등을 조사하는 서울서부지검 형사부 소속으로 확인됐다.
정의연은 손씨가 지인들에게 압수수색 등 수사와 언론의 경쟁적 취재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개된 메모로 인해 해당 수사관이 손씨에게 ‘개인계좌 모금’ 관련해 질문을 했거나 소환 일정을 조율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추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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