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아이의 ‘출생등록될 권리’를 기본권으로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사회적 신분 취득은 출생신고에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모든 기본권 보장의 전제가 되는 출생등록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한국으로 귀화한 남성 A 씨가 낸 ‘친생자 출생신고 확인신청’ 사건 재항고심에서 출생등록 거부 결정을 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2018년 9월 A 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중국 국적 여성 B 씨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 A 씨는 2013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었지만 B 씨는 난민 신분이었다. B 씨는 2009년 중국 정부로부터 여권 연장 불허 처분을 받았고 이후 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국내로 입국할 때도 일본 정부가 발행한 여행증명서를 이용해 들어왔다.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 중 출생자의 출생신고는 부모 중 어느 쪽이 해도 되지만 혼인 외 출생자(혼외자)의 신고는 엄마가 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B 씨는 혼인신고와 출생신고 등에 필요한 서류를 중국 정부로부터 발급받지 못했다. 결국 A 씨가 2015년 개정된 같은 법 57조를 근거로 출생신고를 하려고 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엄마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등록기준지를 알 수 없을 땐 아버지가 혼외자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원심 법원은 B 씨가 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추지 못했을 뿐 출생증명서에 이름과 등록기준지 등이 기재돼 있기 때문에 57조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대법원은 법 적용 범위를 넓게 해석해 아동 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B 씨와 같이 자신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출생신고에 필요한 서류를 갖출 수 없는 경우도 57조 적용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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