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장 “참회합니다” 이한열 열사 모친에 고개숙여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33주기 추모식서 유족에 첫 사과… 모친 “사과로 끝낼 수 없는 일”

6·10항쟁 33돌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인사말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배 씨에게 과거 경찰의 무절제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뉴스1
6·10항쟁 33돌 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한열동산에서 열린 이한열 열사 33주기 추모식에서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가 인사말을 했다. 이날 행사에는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해 배 씨에게 과거 경찰의 무절제한 공권력 행사에 대해 사과하기도 했다. 뉴스1
“너무 늦었습니다. 저희도 참회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1987년 경찰의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을 찾아 이 열사의 어머니에게 고개를 숙였다. 경찰청장이 이 열사 유족을 만나 사과한 건 처음이다.

9일 오후 2시경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이한열동산에서 이 열사를 기리는 제3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정복 차림으로 추모식에 참석한 민 청장은 식이 열리기 전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씨(80)에게 다가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주시니 그 마음을 깊이 새기고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했다.

민 청장은 앞서 추모식을 주관하는 이한열기념사업회에 직접 연락해 “추모식에 참석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한다. 이날 민 청장은 일행 없이 홀로 추모식을 찾았다.

추모식이 끝난 뒤 민 청장은 “절제되지 못한 공권력의 행사로 비극이 초래된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한다”며 “유가족들께서 마음을 열어 주셔서 이 자리에서 늦게나마 용서를 구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 씨는 민 청장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모식 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도 “(민 청장에게) 인정하지 못한다고 했다”며 “속에서 천불이 난다. 잘못해놓고 사과로 끝내려 하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떨렸다. “33년 전 오늘을 어떻게 잊겠느냐”고도 했다.

연세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하던 이 열사는 1987년 6월 9일 연세대 앞에서 열린 전두환 군사정권 항거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열사가 쓰러진 다음 날 전국으로 시위가 번지며 ‘6월 민주항쟁’이 시작됐다. 이 열사는 같은 해 7월 5일 2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소연 always99@donga.com·김태성·조건희 기자
#이한열 열사#33주기 추모식#민갑룡 경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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